고물가에 뜨는 ‘마감 할인’ 소비
핵심 요약
서울의 빵집과 음식점에서 남은 식품을 싸게 사는 마감 할인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이용자는 예약과 지정 시간 방문의 불편을 감수하고 정상가의 절반 수준인 상품을 찾고 있다. 고물가와 친환경 인식, 재고 절감 효과가 맞물리며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서교동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는 영업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빵이 든 봉투를 받아 가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매장은 당일 팔리지 않은 빵과 디저트를 미리 예약한 고객에게 절반 가격으로 판매한다. 35세 점주 이유진 씨가 2년 전 시작한 마감 할인은 최근 수요가 크게 늘어, 하루 준비하는 예약 상품 8개가 빠짐없이 팔리고 수량을 넘긴 신청을 취소하는 일도 생겼다.
마감 상품을 사려면 할인 매장을 안내하는 앱을 설치하고 지정된 시간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 봉투 안에 담기는 음식은 영업 종료 시점에 남은 제품에 따라 달라지며, 예약을 마친 뒤에도 재고 사정으로 취소될 수 있다. 이런 불편에도 통상 정상가의 절반 수준으로 살 수 있어 이용자가 몰리고 있다. 30세 박하은 씨도 가격 부담으로 평소 빵과 디저트를 자주 사지 않지만, 앱을 이용해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반값 또는 그보다 낮은 가격에 빵을 구매한다.
이 같은 소비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명품을 구하려고 개점 전부터 줄을 서던 ‘오픈런’과 대조된다. 과거 편의점 식품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할인 구매가 최근 2년간 이어진 고물가 속에서 빵집과 음식점으로 넓어졌다. 특히 빵값의 가파른 상승이 ‘브레드플레이션’으로 불릴 만큼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음식 폐기를 줄인다는 친환경 인식과 예약 앱의 확산이 맞물렸고, 배달 플랫폼과 대형 제과 체인도 마감 할인에 참여하며 선택지가 늘었다.
판매자에게도 마감 할인은 남은 음식을 폐기하는 부담을 덜고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 망원동의 빵집에서 일하는 23세 육나윤 씨는 재고를 남기지 않으면서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되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유진 씨의 매장에서는 저녁에 처음 방문한 고객이 다시 찾아오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장기화한 고물가와 정체된 성장으로 신중한 지출이 확산하면서 마감 할인이 지속적인 소비 형태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