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해법, 정년보다 연금·고용체계에 무게
핵심 요약
주요 선진국은 일률적인 정년 연장보다 연금개혁과 계속고용 확대를 중심으로 고령화에 대응했다. 일본은 기업의 선택권을 보장했고 독일과 프랑스는 연금 수급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이거나 상향했다. 한국은 연공형 임금체계와 노동시장 격차를 고려해 정년·연금·임금·계속고용을 함께 개편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회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은 법정 정년을 일괄적으로 올리는 방식보다 연금 수급 연령 조정과 계속고용 확대, 노동시장 개편을 결합해 고령화에 대응해왔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와 호봉제가 널리 남아 있는 한국에서는 정년만 늘리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급증할 수 있어 제도 전반을 함께 다뤄야 한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일본은 2021년 법 개정을 통해 기업이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확보하도록 노력의무를 부과했다. 다만 인건비 부담을 고려해 정년 연장을 강제하지 않고 계속고용과 정년 연장, 정년 폐지 가운데 기업이 방식을 선택하도록 했다. 독일은 연금 재정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7세까지 단계적으로 올렸으며, 직무 중심 노동시장과 유연한 근로 형태를 토대로 개인이 은퇴 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도 법정 정년보다 연금제도 개편이 핵심 쟁점이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연금 재정 악화를 이유로 수급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이는 개혁을 추진했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전국적인 파업과 대규모 시위가 이어져 연금개혁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일본·독일·프랑스의 방식은 차이가 있지만 연금과 고용, 노동시장 제도를 함께 조정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한국은 연공형 임금체계가 강한 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노동시장 격차도 커 해외 제도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임금체계 개편 없이 법정 정년만 연장하면 기업 부담이 커지고 청년 채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인태 국회입법조사관은 올해 공개한 공무원 정년·연금제도 보고서에서 보수와 연금 지출 증가를 고려해 직무와 생산성을 반영한 임금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정년과 연금, 임금체계, 계속고용을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검토하는 접근이 국회 논의의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