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1주택자 세 부담, 삶의 터전도 살펴야
핵심 요약
부동산 세제개편으로 고령의 1주택 장기 보유자가 거주지를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익숙한 집과 동네는 고령자의 자율성·유능감·관계성을 뒷받침하는 생활 기반이다. 세제 설계에는 주택 가격과 함께 거주자의 삶의 시간과 지역 관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둘러싸고 고령의 1주택 장기 보유자가 감당해야 할 보유세 부담과 거주 안정 문제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집값은 올랐지만 소득이 거의 없는 은퇴자는 늘어난 세금을 내기 위해 생활비를 줄이거나 오랫동안 살아온 집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세제 설계에서 주택 가격뿐 아니라 거주자가 한곳에서 이어온 생활과 정서적 유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고령자에게 익숙한 집과 동네는 단순한 부동산이나 추억의 장소에 그치지 않는다. 병원과 마트의 위치, 버스를 타는 곳을 자연스럽게 알고 오래 지켜본 이웃과 인사를 나누며 익숙한 길에서 일상을 유지하는 생활 기반이다. 보유세를 감당하지 못해 집을 포기하더라도 양도소득세 부담 때문에 같은 지역의 비슷한 수준 주택으로 옮기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세제개편안을 두고 일부에서는 고령자를 삶의 터전 밖으로 밀어낼 수 있다는 거친 비판도 제기된다.
심리학의 ‘장소애착’은 사람이 장기간 거주한 집과 동네에 형성하는 정서적 유대를 뜻한다.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이 정립한 자기결정이론은 심리적 웰빙에 필요한 기본 욕구로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을 제시한다. 스스로 삶을 결정하고 주변 환경을 능숙하게 다루며 타인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다. 오랜 거주지는 고령자가 이 세 요소를 일상에서 유지하도록 돕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초고령 사회에서 ‘에이징 인 플레이스’, 즉 살던 곳에서 나이 들기가 강조되는 이유도 익숙한 집과 지역사회가 고령자의 생활을 지탱하기 때문이다. 정든 환경과 인간관계를 한꺼번에 잃는 일은 몸과 마음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주택 매물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것이 정책 목적이라도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매일 걷던 골목과 이웃, 늘 보던 창밖 풍경을 떠나야 한다. 부동산 세제는 가격표 뒤에 축적된 삶의 시간과 지역 관계까지 함께 살피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