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에서 찾는 갈등 해법, 최재천의 ‘숙론’
핵심 요약
최재천 교수의 『숙론』은 승패보다 경청과 공동의 해답을 중시한다. 봉사단체 회의와 체납관리 현장은 판단에 앞서 사정을 듣는 태도의 필요성을 드러냈다. 숙론은 갈등을 줄이고 관계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삶의 방식으로 제시된다.
말은 많지만 서로의 마음에는 닿지 못하는 현실에서 최재천 교수의 책 『숙론』이 경청을 통한 갈등 해결의 가치를 제시한다. 2024년 5월 출간된 이 책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거나 상대를 설득하는 토론에서 벗어나, 충분히 듣고 함께 더 나은 답을 찾는 성숙한 논의 과정을 다룬다. 핵심은 ‘누가 옳은가’를 겨루는 대신 ‘무엇이 옳은가’를 탐색하는 데 있다.
책은 숙론을 상대의 주장을 들으며 생각의 차이가 생긴 이유를 살피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판단도 다듬는 행위로 설명한다. 정답을 제시하는 일보다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태도, 자신의 말을 앞세우기보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정치와 교육, 조직문화와 일상적 갈등을 아우르는 사례들은 상대를 제압하는 방식보다 이해하려는 노력이 공동체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역 협력단체의 봉사활동 회의에서는 소신 있는 의견이 반대나 비판으로 받아들여지고, 발언이 끝나기 전에 다른 주장이 끼어들면서 긴장이 높아지는 일이 나타났다. 체납관리단 활동 현장에서는 체납액이라는 숫자 뒤에 질병으로 생업을 잃거나 사업 실패 뒤 재기를 준비하고, 가족 부양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의 사정이 있었다. 세금을 내지 않은 이유부터 따지던 질문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를 먼저 묻는 방향으로 달라졌다.
평생 생태계를 연구한 저자는 자연의 다양성이 생명을 지탱하듯 사회도 서로 다른 의견이 공존할 때 건강해진다는 관점을 펼친다. 이는 가족과 일터의 대화뿐 아니라 독자를 설득하기에 앞서 이해하려는 글쓰기에도 이어진다. 인공지능이 빠르게 답을 내놓는 시대에도 사람이 마주 앉아 듣고 고민하는 시간은 대신하기 어렵다. 천천히 말하고 상대의 뜻을 한 번 더 헤아리는 숙론은 조직의 소통, 깊은 관계,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삶의 태도로 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