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신뢰 흔드는 이해충돌 관리 공백
핵심 요약
수사관 기피 신청이 증가하고 경찰에 대한 불신 응답도 절반을 넘었다. 전수조사에서 경찰관 가족 연루 사건 117건이 확인됐지만 장기간 제척·회피 실적은 77건에 그쳤다. 상피제 시행과 내부비리수사대 신설에 더해 이해충돌 관리 범위와 외부 통제 절차의 명문화가 요구된다.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경찰에 수사 권한이 집중됐지만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불공정한 수사가 있었거나 그런 우려가 있을 때 제기하는 수사관 기피 신청은 2021년 4573건에서 지난해 5307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6000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경찰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41.4%,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5.2%로 집계됐다.
경찰이 지난달 전체 사건을 점검해 확인한 경찰관 가족 연루 사건은 117건이었다. 반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6년 6개월 동안 경찰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진 제척·회피는 77건에 그쳤고, 2023년에는 한 건도 없었다. 한 차례 조사에서 파악된 가족 연루 사건이 장기간 누적된 회피 건수보다 많았다는 점은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상시 확인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사건 관계인과의 유착 문제도 수사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경찰관이 고소인이나 피고소인과 결탁해 정보를 유출하거나 사건을 무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169건에 달했다. 불기소를 약속하며 거액을 받거나 금품·향응의 대가로 수사 정보를 넘기고, 투자사기 피의자에게 접근해 돈을 받은 사례 등 수법도 다양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송치 사건 재검토나 보완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9월부터 배우자·부모·자녀가 관련된 사건을 해당 경찰관의 소속 경찰서가 직접 수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피제를 시행한다. 국가수사본부장 직속 내부비리수사대를 신설하고 내부고발 활성화도 추진한다. 다만 이해충돌 관리 대상을 동료 경찰관 등으로 확대하고 신고·회피·이송 기준을 법률로 명확히 정하는 과제가 남았다. 수사 과정에서 누락된 증거나 유착 의혹을 어느 기관이 어떤 절차로 확인할지도 제도적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