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상 못 미치는 원화…저평가·낮은 국제 활용도
핵심 요약
원화는 한국의 경제·산업 위상과 기초여건에 비해 약 10% 저평가된 것으로 분석됐다. 7월 원화 가치는 2009년 3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구조적 반등 여부는 불확실하다. 원화의 세계 외환거래 및 수출 결제 비중이 낮아 국제화 정책은 실질적인 사용 확대가 관건이다.
세계 국내총생산의 약 2%를 차지하고 첨단 제조업 수출 강국으로 자리 잡은 한국의 경제적 위상에 비해 원화의 금융시장 역할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도이체방크는 원화가 교역가중 기준으로 기초여건보다 약 10% 저평가됐다고 진단했다.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10.3%로 예상돼 장기 평균인 약 3.5%를 크게 웃돈다.
원·달러 환율은 7월 1일 장중 1,559.2원까지 올라 1,560원 선에 근접했으나 두 거래일 뒤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6월 30일 종가 1,549.4원을 기준으로 7월 한 달간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125.4원, 8.81% 상승해 2009년 3월 이후 가장 강한 월간 성적을 기록했다.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확대와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 발행 관련 자금 유입이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이후 환율은 1,400원대 초반에서 움직였고 금요일 국내 거래를 전일보다 7.7원 내린 1,416.1원에 마쳤다.
한국은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과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중국 관련 공급 위험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맞물리는 지점에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반도체·배터리·조선·방산·로봇처럼 한국이 생산 규모와 기술력, 산업 생태계를 확보한 분야로 장기간 자금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내국인의 해외투자 확대 등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이는 장기 요인이 굳어지면서 과거의 달러당 1,200∼1,300원대로 복귀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반등 역시 구조적 전환보다 경기 순환에 따른 움직임일 수 있다는 경계가 나온다.
국제 거래에서 원화가 쓰이는 비중도 경제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 원화는 세계 외환거래의 약 0.9%를 차지해 12위 수준이며, 한국 수출대금 가운데 원화 결제 비중은 3% 미만이다. 달러와 유로 비중은 각각 약 87%, 5%다. 달러를 제외한 수출 결제에서도 원화 비중은 약 19%에 그쳐 자국 통화 사용률이 70∼80%인 일본·호주와 차이가 크다. 정부가 7월 내놓은 원화 국제화 로드맵은 접근성과 활용도를 넓히려는 조치지만, 거래 기반만 개선되고 무역·자금조달·외환보유 수요가 따라오지 않으면 국제적 사용 확대는 제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