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성취 내려놓고 삶을 되짚은 이동호
핵심 요약
이동호 전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자전적 에세이 ‘긴 여정의 첫걸음’을 출간했다. 36년간의 경영 성과보다 실수와 실패, 가족·친구·동료와의 기억을 중심에 담았다. 성공을 좇는 이들에게 걸음을 늦추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자는 메시지를 건넨다.
현대백화점그룹에서 36년간 경영 현장을 지킨 이동호 전 부회장이 자전적 에세이 ‘긴 여정의 첫걸음’을 펴냈다. 바른북스가 13일 출간한 이 책은 전략적 인수·합병과 신사업을 이끈 경영인의 성과보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가족, 친구, 동료를 중심에 놓는다. 자신의 실수와 실패까지 감추지 않고 한 사람으로 살아온 시간을 차분히 돌아본 기록이다.
이 전 부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전략적 M&A와 신사업을 총괄하고 조직문화 혁신을 주도했으며, 2017년 부회장에 올라 그룹 경영 전반을 챙겼다. 그러나 책에서는 대학 입시에 실패한 일과 군 복무를 피하고 싶었던 청년기의 마음, 음치라는 사실에 주눅 들었던 직장 생활을 솔직하게 꺼낸다. 사춘기 때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몰래 보다 부모에게 매를 맞은 기억도 담았다.
회고는 할머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60리 영산포 장터길을 걸었던 소년 시절에서 출발해 가족과 친구, 동료, 이웃과 맺은 인연으로 이어진다. ‘반백년의 동행’에서는 반평생을 함께한 아내에게 편지를 건네듯 고마움과 애정을 풀어냈다. 성공 비결이나 처세술을 제시하기보다 경영 과정에서 마주한 시행착오와 부족했던 순간을 되짚으며 겸손과 반성의 태도를 드러낸다.
책은 삶을 음악에 빗대 모든 순간이 높은 음처럼 찬란할 필요는 없고 때로는 한 소절을 조용히 지나가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경영 일선을 떠난 뒤 그가 먼저 기록한 대상은 성공이 아닌 사람과 삶이었다. 이 전 부회장은 누구에게나 빛나는 순간이 있고 삶 자체가 충분히 충만하다는 생각을 전하며, 성공을 향해 달리는 이들이 잠시 속도를 늦추고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