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재정 비상 선언, 전·현 권력 책임론으로
핵심 요약
추미애 경기지사가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경을 예고하며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다. 7조원을 넘은 누적 채무의 원인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세입 감소와 현금성 지원이라는 상반된 진단을 내놨다. 책임 공방은 김동연 전 지사를 넘어 경기지사를 지낸 이재명 대통령의 재임기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생겼다.
추미애 경기지사가 5일 경기도의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하고 올해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예고했다. 추 지사는 더 끌어다 쓸 재원이 없다며 김동연 전 지사 재임기의 지방채 발행과 기금 이전 사용을 문제로 지목했다. 같은 당 소속 전임자를 향해 “신뢰를 말아 먹었다”고 비판하면서 재정 악화의 책임 소재가 민주당 내부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기도의 누적 채무는 7조원을 넘어섰다. 도는 기금을 헐고 차입과 담보 대출까지 동원한 상태에 빗대 재정 상황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세입 구조와 복지비 증가, 부동산 취득세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김동연 전 지사의 8년 재임 기간 일곱 차례 집행된 총 4조1957억원의 현금성 지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로 있던 2021년의 부채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고 주장했다.
전임자의 정책과 책임을 부각해 새 권력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방식은 미국 정치에서도 반복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1년 취임 뒤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이른바 ‘ABC’ 기조를 추진했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의 정책을,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의 정책을 부정하는 흐름을 보였다. 정책 계승이나 현직의 책임보다 단절과 전임자 책임론이 앞선다는 의미에서 ‘AB 증후군’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이 대통령도 2010년 성남시장 취임 직후 전임 시장 시절의 부채가 감당하기 어렵다며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전임 시장은 재정자립도 70%인 지방자치단체의 정치적 쇼라고 반박했지만, 지지자들은 이를 ‘사이다 행정’으로 평가했다. 경기도 인수위원회는 지난 6월 7조원 부채를 공개하면서 당시 이 대통령의 심정을 언급했다. 그러나 현금성 복지와 채무 증가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이어지면서 논쟁의 범위는 김 전 지사를 넘어 이 대통령을 포함한 민주당 전임 도정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