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지운 극장, 3시간의 기다림이 무대가 되다
핵심 요약
배우 30명과 관객 160여 명이 3시간 동안 개기일식을 기다리는 실험적 공연이 열렸다. 자유로운 출입과 행동을 허용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흐렸다. 감각 완화 물품과 수어·자막·보행 지원 등 접근성 장치도 마련됐다.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는 정해진 서사보다 기다리는 행위 자체를 전면에 내세웠다. 30명의 배우와 160여 명의 관객은 3시간 동안 375년 만의 개기일식을 기다리는 상황을 함께 경험한다. 공연이 시작돼도 별도의 안내나 암전은 없으며, 벽면에서 일식 시작 시각을 알리는 숫자만 매초 달라진다.
공연장 곳곳에는 사람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지만 배우와 관객을 쉽게 구별할 수 없다. 누구든 자유롭게 드나들고, 대화를 나누거나 누워 자고 운동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한 여성은 돗자리 뒷면을 글로 빼곡히 채웠다. 파도와 염소 소리, 라디오 음악,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무대를 구성하는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작품은 무대와 객석, 연기자와 관람자의 고정된 역할을 해체해 극장에 모인 이들을 느슨한 공동체로 묶는다. 배우 30명 역시 관객과 같은 위치에서 기다림에 참여한다. 고대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 개념을 현대적으로 바꾸어 적용하면서, 화려한 볼거리나 익숙한 극적 전개 대신 참여자의 자율성과 서로 반응할 가능성을 탐색한다.
다양한 관객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접근성 장치도 마련됐다. 음성 해설 송수신기와 소음 차단 헤드셋, 이어 플러그, 선글라스를 빌릴 수 있고 수어 통역사와 지원자가 공연장에 상주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 보행, 실시간 자막 해설과 문자 통역도 제공된다. 관객은 종료 뒤 별도의 의식 없이 자리를 떠나며, 공연은 오는 10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