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얼음에서 찾은 선제적 폭염 대응
핵심 요약
조선시대에는 겨울에 채취한 얼음을 빙고에 저장해 여름에 활용했다. 국가는 환자와 죄수까지 얼음 배분 대상에 포함해 공공자원으로 관리했다. 오늘날에는 빗물을 미리 저장하고 재난별 정책을 연결하는 연중 폭염 대응이 필요하다.
폭염특보가 이어질 때마다 무더위쉼터 점검과 취약계층 안부 확인, 대책회의가 반복되지만 더위는 예고 없이 닥치는 사고가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겨울 한강에서 얼음을 채취해 동빙고와 서빙고 등에 보관한 뒤 여름에 사용했다. 서울 용산의 동빙고동과 서빙고동이라는 지명에는 필요한 자원을 계절이 바뀌기 전에 확보했던 선제적 대응의 흔적이 남아 있다.
국가의 얼음 관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지증왕 6년인 505년 겨울에는 국가가 얼음을 저장했으며, 얼음을 맡은 관청인 빙고전도 운영됐다. 조선시대 한양에는 동빙고·서빙고와 궁궐의 내빙고가 있었고 지방에서도 얼음을 비축했다. 경주와 안동, 청도, 창녕, 현풍, 영산 등에는 대부분 조선시대에 조성된 대표적인 석빙고 건축물이 남아 있다.
조선은 저장한 얼음의 배분 대상도 제도로 정했다. 각 관청과 종친, 문무 당상관뿐 아니라 현직에서 물러난 70세 이상 당상관에게 얼음을 지급했고, 활인서의 병자와 의금부·전옥서의 죄수도 대상에 포함했다. 얼음은 제향과 음식 보관 등 여러 목적으로 사용됐지만, 환자와 수감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공공자원으로도 활용됐다. 한여름에 필요한 얼음이 이미 겨울부터 준비된 셈이다.
이 원리는 오늘날 빗물 관리에 적용할 수 있다. 비가 많이 내릴 때 일부를 가까운 곳에 저장하면 배수 부담을 줄이고, 폭염기에는 도로와 나무·녹지에 공급할 수 있다. 위성 열섬 분석과 인공지능 예측, 냉방·포장 기술을 활용하는 동시에 홍수·가뭄·폭염 정책을 연결하는 접근도 필요하다. 여름 대응이 끝난 가을과 겨울에는 저장 공간을 마련하고, 봄에는 녹지와 시설을 점검해 다음 폭염을 준비하는 연중 체계가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