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용 GPU, AI 시대의 핵심 엔진이 되다
핵심 요약
게임 그래픽용으로 개발된 GPU는 수천 개의 계산 장치를 동시에 가동해 AI 연산을 처리한다. 이언 벅이 2006년 공개한 쿠다는 과학자들이 GPU를 다양한 계산에 활용할 길을 열었다. GPU와 HBM의 결합은 챗GPT 같은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핵심 기반이 됐다.
게임 화면을 빠르게 그리기 위해 개발된 그래픽 처리 장치(GPU)가 인공지능의 핵심 연산 장비로 자리 잡았다. CPU가 성능 좋은 계산 장치 몇 개로 복잡한 작업을 차례로 처리한다면, GPU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값싼 계산 장치 수천 개를 동시에 움직인다. 3차원 게임에서 점과 선으로 만든 도형 내부를 여러 색연필로 한꺼번에 칠하는 것과 같은 병렬 처리 구조다.
GPU의 활용 범위를 넓힌 인물은 이언 벅이다. 2000년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생이던 그는 그래픽 카드 32장과 여러 프로젝터를 연결해 벽을 채우는 초고화질 게임 화면을 구현했다. 이후 엔비디아에 입사한 벅은 2006년 GPU용 개발 도구 쿠다(CUDA)를 공개했다. 그래픽 전문가의 전용 언어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과학자들이 익숙한 언어로 GPU를 활용할 길이 열렸다.
쿠다의 등장 이후 GPU는 게임 그래픽을 넘어 단백질 구조 예측과 신약 탐색 등 대규모 과학 계산에 투입됐다. 2009년에는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GPU를 인공지능 연구에 본격적으로 적용했다. 일반 컴퓨터에서 수주가 필요했던 작업이 하루 만에 끝났고, 처리 속도는 최대 70배로 높아졌다. 이 성과는 국제머신러닝학회(ICML)에서 공개됐으며, 이후 세계 각지의 연구자들이 GPU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인공지능 연산에서는 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함께 움직인다. GPU가 수많은 계산을 병렬로 수행하는 동안 바로 옆에 배치된 HBM은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한다. 두 장치의 대규모 계산 능력과 전송 속도가 결합되면서 챗GPT 같은 인공지능을 구현할 기반이 마련됐다. 게임을 더 크고 실감 나게 즐기려던 시도에서 출발한 벅은 현재도 엔비디아 부사장으로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