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배제되면 '예비판사' 역할…기소 문턱 높아질 듯
핵심 요약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검사는 수사에서 배제되고 기소 여부만 판단하는 예비판사 역할을 맡게 된다. 기소 문턱이 높아져 불기소 사건이 늘어날 수 있고, 성폭력·경제범죄 등에서 사건이 묻힐 위험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수사와 기소 분리로 무리한 기소가 줄고 수사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검사는 수사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경찰이 작성한 수사기록과 사건관계인의 진술에 의존해 기소 여부만 판단하는 이른바 '예비판사'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30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사는 증거 수집이나 압수수색 권한을 잃고, 피의자·피해자·전문가 의견 청취와 자료 제출만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검사가 새로운 사실관계를 밝히기보다 수사기관이 만든 증거가 법정에서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지 심사하는 역할에 머물게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새 자백이나 결정적 단서를 발견해도 이를 직접 재판 증거로 쓸 수 없다. 증거로 활용하려면 수사기관이 다시 정식 수사를 개시해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검사가 기록과 사건관계인 설명만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구조가 되면서 '0.5심 제도'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사가 수사기관이 만든 증거의 유죄 입증 가능성만 심사하게 돼 예비판사라는 말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기소 문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부장검사는 경찰이 보완 요구를 이행하지 않거나 추가 증거가 부족해도 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되면서, 검사는 기록만으로 유죄 입증이 가능한 사건 위주로 기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섣불리 기소했다가 무죄 판결을 받을 책임을 피하기 위해 불기소 처분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검사가 한발 떨어져 증거 충분성과 유죄 여부를 객관적으로 심사할 수 있어 무리한 기소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성폭력·아동학대 사건이나 복잡한 자금 흐름을 추적해야 하는 경제범죄에서 사건이 묻힐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해도 수사기관이 형식적 절차만 반복하면 사건이 양 기관 사이를 오가는 '핑퐁'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 다만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경찰 견제를 위해 현행 제도처럼 보완수사 요구를 유지한 만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또 한 기관이 수사를 전담하면 중복 압수수색과 조사가 줄어 효율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원에서 무죄가 나올 사건을 재판 전에 걸러내 억울한 피의자의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