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로 막힌 심훈 친필 원고 59점 귀환
핵심 요약
일제 검열로 출간이 좌절된 심훈의 첫 시집 원고 등 46건 59점이 국내에 돌아왔다. ‘그날이 오면’ 친필 자료에는 삭제 인장과 검열 지시, 제목을 고친 흔적이 남아 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내년 4월 개관해 이번 기탁 자료를 포함한 문학 자료 12만점을 공개할 예정이다.
일제강점기 검열로 출간되지 못한 심훈의 첫 시집 원고를 비롯한 문학 자료 46건 59점이 유가족의 기탁으로 국내에 돌아왔다. 국립한국문학관이 11일 공개한 자료에는 시 ‘그날이 오면’이 수록된 ‘심훈시가집: 1919-1932’와 장편소설 ‘상록수’, ‘직녀성’, ‘영원의 미소’의 친필 원고, 영화 각본, 부고 전보와 사진 등이 포함됐다.
1932년 5월 잡지 ‘신생’에 발표된 ‘그날이 오면’ 원고에는 붉은 점선과 꺾쇠, ‘삭제’ 인장 두 개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삭제된 자리에 공란이나 검열 흔적을 두지 말라는 일본어 지시도 적혔으며, 검열 사유는 ‘치안방해’였다. 심훈은 잡지에 ‘단장이수’라는 제목으로 실린 시를 오려 붙인 뒤 작품명을 ‘그날이 오면’으로 고쳤다.
1901년 서울 노량진에서 태어난 심훈은 1919년 3·1운동에 참여해 투옥되고 경성고보에서 퇴학당했다. ‘그날이 오면’은 1930년 3월 1일 썼고, 마지막 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손기정과 남승룡의 소식을 담은 신문 호외 뒷면에 남겼다. 기자와 작가, 교육운동가, 배우·각본가·감독으로도 활동한 그는 그해 9월 서른다섯 살로 세상을 떠났다.
이번 자료에는 1936년 8월 28일 초판이 나온 ‘상록수’의 친필 원고와 연재 스크랩, 교정쇄, 시나리오, 이여성이 내지를 그린 단행본도 함께 들어왔다. 자료를 찾아 보존한 셋째 아들 심재호는 1974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후손들과 오동나무함에 원고를 보관했다. 7년에 걸친 협의를 거쳐 기탁이 성사됐으며, 문학관은 내년 4월 정식 개관과 함께 그동안 수집한 한국 문학 자료 12만점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