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흔적 품은 심훈 원고 59점 돌아왔다
핵심 요약
일제의 검열 흔적이 남은 심훈의 친필 원고와 유물 46건 59점이 미국에서 국내로 돌아왔다. ‘그날이 오면’이 담긴 시가집 원고와 ‘상록수’ 전체 원고, 마지막 시 등 주요 자료가 공개됐다. 자료는 보존 처리를 거쳐 2027년 4월 국립한국문학관 개관 이후 순차 공개된다.
일제강점기 검열로 생전에 출간되지 못한 심훈의 시집 원고를 비롯한 문학 자료가 미국에서 국내로 돌아왔다. 국립한국문학관은 11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서 심훈의 친필 원고와 유물 46건 59점을 공개했다. 대표 시 ‘그날이 오면’이 수록된 ‘심훈시가집’ 친필 원고본과 장편소설 ‘상록수’ 전체 원고, 영화 시나리오 등이 포함됐다.
1932년 출판을 추진했던 ‘심훈시가집’에는 조선총독부 경무국이 그은 붉은 삭제선과 검열 도장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삭제 사실을 빈칸이나 동그라미, ‘XX’ 등으로 표시하지 말라는 취지의 주의 도장도 찍혔다. ‘그날이 오면’ 원고 안쪽에는 연필로 쓴 ‘1930년 3월 1일’이라는 창작일이 확인됐다. 검열을 통과하지 못한 시집은 결국 심훈 생전에 출판되지 못하고 유고로 전해졌다.
공개 자료에는 1936년 8월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이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소식을 접한 심훈이 호외 뒷면에 쓴 마지막 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도 들어 있다. 자료의 귀환은 셋째 아들 심재호와 유족의 보존 노력, 문학관과 유족이 7년 동안 이어온 협의로 성사됐다. 심훈이 세상을 떠난 1936년에 태어난 심재호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흩어진 원고를 평생 모아 오동나무 함에 넣고 미국 자택에서 보관했다.
유족은 심훈의 원고가 조국으로 돌아와 후세에 전해지기를 바랐으며, 작품에 담긴 해방과 통일, 압박받는 민중을 향한 정신이 온전히 드러나도록 보존해 달라는 뜻을 밝혔다. 문학관은 이번 기탁 자료를 기존에 수집한 문학 유산 12만여 점과 함께 보존 처리한다. 자료는 2027년 4월 문학관 정식 개관에 맞춰 일반에 순차 공개될 예정이다. 문학관은 ‘그날이 오면’이 해방을 넘어 분단을 극복한 하나 된 조국을 염원한 작품이라는 역사적·문학적 의미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