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산유국, 원유 수송로 다변화에 속도
핵심 요약
중동 산유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험에 대응해 우회 송유관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소비지 인근의 원유 저장시설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대체 항로의 안전성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중동 산유국들이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이 크게 위축되자 우회 송유관과 해외 비축시설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이 해협은 전쟁 발발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던 통로다. 그러나 2월 28일 전쟁이 시작된 뒤 하루 원유 통과량은 2천만 배럴에서 370만 배럴로 급감했다.
아랍에미리트는 푸자이라와 아부다비 육상 유전을 연결하는 두 번째 원유 수송관을 24시간 공사 체제로 건설하고 있다. 완공되면 우회 수송 능력이 하루 360만 배럴로 두 배 늘어 아부다비 육상 원유 대부분을 해협 밖에서 유조선에 실을 수 있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는 가스 사업 확대에 82억 달러를 투입하고, 동부 해안에 LNG 수출시설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도 아라비아반도를 가로질러 홍해 얀부항으로 이어지는 1천201㎞ 동서 파이프라인의 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이란이 해협을 사실상 폐쇄한 뒤 이 시설은 하루 약 700만 배럴을 우회 수송했다. 사우디 당국은 운송량을 하루 100만∼200만 배럴 더 늘리고 정제유용 병렬 송유관을 건설하는 방안까지 살피고 있다. 쿠웨이트는 사우디·아랍 국가들과 홍해 연결관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라크와 요르단은 하루 100만 배럴 규모의 아카바항 연결 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걸프 산유국들은 해협 봉쇄에 대비해 한국과 일본, 인도 등 주요 소비지 인근의 원유 저장 능력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다만 수송로를 홍해 쪽으로 돌리는 전략 역시 안전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상선을 공격하는 가운데 11일에는 사우디 선박 피격으로 6명이 숨졌다. 호르무즈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과 함께 대체 항로의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가 동시에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