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유산의 그늘, 폭염에 갇힌 피르미니 주민들
핵심 요약
피르미니의 위니테 다비타시옹 내부 온도가 폭염 속에 최고 35~40도까지 올랐다. 주민들은 바닥이나 발코니에서 잠을 자고 창문을 담요와 알루미늄 포일로 가리고 있다. 역사 건축물 규정과 비용 부담이 단열 개선과 셔터 설치를 어렵게 하고 있다.
프랑스 남동부 오베르뉴 론 알프 피르미니의 ‘위니테 다비타시옹’이 올해 유럽을 덮친 폭염으로 거주자들에게 혹독한 생활 공간이 됐다. 최근 기온이 40도를 넘나드는 가운데 아파트 내부 온도도 최고 35~40도까지 치솟았다. 현대식 아파트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건축유산이지만, 1965~1967년 당시 기후를 기준으로 설계돼 기록적인 더위에는 충분한 단열 성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잠자리마저 바꾸며 무더위를 견디고 있다. 5년째 거주 중인 오렐리 모하메드는 밤이면 침대를 벗어나 상대적으로 서늘한 바닥에서 잠을 청한다. 15년 동안 살아온 나탈리 루슈즈는 실내 열기를 피해 발코니에서 잤다. 9살 때 이사해 26년을 보낸 샹탈 호스피털도 한때 이 건물을 자랑스럽게 여겼지만, 이제는 더위 탓에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언덕 위에 자리한 이 건물은 20세기 대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마지막으로 설계한 작품이자 프랑스에 세워진 위니테 다비타시옹 4개 동 가운데 하나다. 1993년 역사적 건축물로 지정됐으며, 현재도 전체 공간의 3분의 2가 프랑스식 공공임대주택인 사회주택으로 쓰인다. 건축적 가치를 살피려는 방문객은 해마다 2만명에 이르지만, 주민들은 보존 대상인 건물 안에서 폭염을 일상으로 감당하고 있다.
단열 개선과 햇빛 차단용 셔터 설치는 역사 건축물 규정에 묶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창문에 셔터를 달려면 프랑스 건축사협회의 허가가 필요하고 절차와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허가 없이 손대면 보수 공사비 지원이나 세금 감축·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주민들은 담요와 알루미늄 포일로 창문을 가리고 있지만 제대로 된 가림막을 대신하기 어렵다. 건축물 보존 규정과 사회주택 공급업체 ‘하비타트 에 메트로폴’의 관리 체계 사이에서 뚜렷한 대책도 찾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