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가 포착한 디지털 사진의 노화와 AI
핵심 요약
강홍구 개인전이 오는 19일부터 9월 7일까지 서울 스페이스22에서 열린다. 초기 디지털 연작과 생성형 AI를 활용한 신작이 함께 전시된다. 전시는 사진의 노화와 인간·AI의 차이, 예술적 통제의 경계를 묻는다.
강홍구 개인전 ‘사진의 시간 1 : 디지털. 빈티지. 에이아이’가 오는 19일부터 9월 7일까지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22에서 열린다. 전시는 초기 디지털 사진부터 포토샵의 생성형 AI 기능으로 제작한 신작까지 한자리에 배치해, 기술 변화가 사진의 제작 방식과 시간성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살핀다. 작가는 자신을 ‘이미지 검색자’ 또는 ‘분석가’로 정의하며 사진의 경계를 탐색해 왔다.
신작 ‘백자초화어문병’(2024)은 국보급 도자기와 현실적인 배경을 결합한 이미지다. 한때 일상용품이었던 도자기가 세월을 거쳐 고미술품이 된 과정과 서로 다른 시공간을 재배열하는 AI 합성이 한 화면에서 겹친다. 몽타주를 연상시키는 이 작업은 신체로 감각하고 늙음과 죽음을 겪는 인간 미술가와, 유한한 생애를 갖지 않는 숫자 배열로서의 AI 사이에 놓인 차이를 드러낸다.
전시장에는 ‘해수욕장’, ‘행복한 우리집’, ‘전쟁공포’, ‘나는 누구인가’ 등 초기 디지털 연작도 나온다. 강홍구는 간명한 기법 아래 여가와 주거 공간, 전쟁,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쌓아 왔다. 1990년대 후반 대형 프린터가 없던 때 레이저 흑백 프린터로 여러 장을 뽑아 이어 붙인 작품은 약 30년이 흐르며 화질이 거칠어지고 이미지가 뭉개졌다. 당시의 디지털 출력물이 이제는 빈티지한 물질로 변한 셈이다.
이번 전시는 모든 이미지가 디지털 정보로 전환되고 생성형 AI가 그 내부의 변화를 이끄는 시점에서 사진의 수명과 예술적 통제 범위를 함께 묻는다. 무한히 복제할 수 있는 정보와 달리 출력물은 풍화를 피하지 못했고, 오래된 디지털 사진은 작가와 나란히 나이를 먹는 예상 밖의 결과를 보여준다. 강홍구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이어가는 작업 태도를 통해, 작가의 의도와 숙련을 넘어선 AI의 결과를 어디까지 예술로 볼 수 있는지 관객에게 판단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