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유족 승소 확정…소멸시효 기준 정리
핵심 요약
대법원이 일본제철의 상고를 기각해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5명의 승소와 8000만 원 배상 판결을 확정했다.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부터 계산하는 판단이 유지됐다. 확정 배상금의 실제 지급 여부는 제3자 변제와 국내 자산 집행 가능성에 달려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고(故) 민문식 씨의 유족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2부는 12일 유족 5명이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일본제철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일본제철이 유족에게 총 8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민 씨 유족은 2019년 4월 소송을 냈지만 2022년 2월 1심은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024년 8월 2심은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부터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해 1심을 뒤집었다. 주심 오경미 대법관이 참여한 대법원 2부도 이 결론을 유지했다.
소멸시효의 출발점은 그동안 하급심의 핵심 쟁점이었다. 강제노역 피해자 4명이 2005년 별도로 제기한 소송은 2심 패소 뒤 2012년 5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고, 2018년 10월 재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2012년 판결을 기준으로 하면 민 씨 유족의 소송은 시효가 지났지만, 2018년 판결을 기준으로 하면 적법한 기간에 제기된 셈이다.
이번 판결로 강제동원 손해배상 사건의 소멸시효를 2018년 10월 판결 시점부터 계산하는 법원의 판단이 한층 분명해졌다. 다만 확정된 배상금을 실제로 받을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았다. 일본제철과 일본 정부가 판결 및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과 국내 일본 기업 관련 자산을 통한 집행이 향후 쟁점이 될 수 있다. 국내 자산이 없는 기업을 상대로는 강제집행이 어려워 피해 회복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