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노후 아파트 화재, 모자 숨져…안전 공백 드러나
핵심 요약
강서구 가양4단지아파트 화재로 장애 부모를 돌보던 30대 아들과 60대 어머니가 숨졌다. 강서구 아파트의 스프링클러 미설치율은 70.4%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높았다. 노후 공동주택에는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가정용 소화기 보급이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된다.
지난 11일 오후 4시 55분께 서울 강서구 가양4단지아파트 15층 세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함께 살던 30대 아들과 60대 어머니가 숨졌다. 두 사람은 현관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창밖으로 추락했으며, 당시 집 밖에 있던 60대 아버지는 화를 면했다. 경찰은 화재 원인과 두 사람의 추락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 가족은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 아들은 중증 뇌병변 장애와 당뇨를 앓는 어머니와 중증 지체 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돌봤다. 어머니는 최근 앞을 거의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고, 아들은 직장을 그만둔 뒤 간병에 전념했다. 생계·의료·주거 급여와 장애인연금으로 생활을 이어온 가운데 불이 난 집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지난 4월 기준 서울 아파트와 주상복합 4067단지 가운데 스프링클러가 전혀 없는 곳은 1874단지로 46.1%였다. 부분 설치 단지는 1146곳, 전체 설치 단지는 1047곳이었다. 강서구는 321단지 중 226곳이 미설치 상태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70.4%를 기록했다. 임대아파트도 21단지 중 15곳에 설치되지 않아 서울 전체 임대아파트 미설치율 29.5%보다 크게 높았다.
가양4단지는 1992년 준공된 최고 15층의 노후 임대아파트다. 스프링클러 의무 기준은 1990년 16층 이상 아파트의 16층 이상에 처음 적용됐고, 2005년 11층 이상 전 층, 2018년 6층 이상 전 층으로 확대돼 이 단지는 대상에서 빠졌다. 기존 건물의 추가 설치가 법률·기술·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공사 없이 천장에 붙여 약 10년간 사용할 수 있는 1만5000원 안팎의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가정용 소화기 보급이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된다. 지난 2월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3월 양천구 신정동 아파트의 사망 화재 현장에도 스프링클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