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급가속 항소심, ECU 공개 범위 심리 착수
핵심 요약
법원이 강릉 급가속 의심 사고 항소심에서 KGM에 ECU 사양서 목차를 제시하도록 명령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9월 4일 비공개 기일을 열어 전체 사양서 중 제출 대상 범위를 심리한다. 가족과 제조사는 ECU 문서의 증거 가치와 영업비밀 보호를 놓고 맞서고 있다.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이도현군이 숨진 차량 급가속 의심 사고의 책임을 다투는 항소심에서 전자제어장치(ECU) 사양서 공개 범위를 정하는 절차가 시작됐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민사2부는 13일 이군 가족이 KG모빌리티를 상대로 낸 9억2천만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의 변론준비기일을 열고, 회사 측에 ECU 사양서 목차를 제시하도록 명령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목차를 먼저 확인한 뒤 오는 9월 4일 비공개 변론기일에서 방대한 사양서 가운데 제출 대상으로 삼을 부분을 심리할 방침이다. 가족 측은 ECU의 감시 체계와 오류 대응 구조를 살펴야 결함 여부와 양측 주장의 진위를 검증할 수 있다며 사양서를 핵심 증거로 지목했다. KGM은 설계 구조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페달 오조작이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추가 자료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며 제출 필요성과 범위에 이견을 보였다.
사고는 2022년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발생했다. 당시 이군과 할머니가 탄 2018년식 티볼리 에어가 급가속 현상을 보인 뒤 사고로 이어져 12세였던 이군이 숨지고 운전자인 할머니가 다쳤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할머니가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잘못 밟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의 쟁점은 영업비밀로 분류된 ECU 설계 문서를 어느 범위까지 재판 증거로 다룰지에 모이고 있다. 가족 측 소송대리인 하종선 변호사는 이번 결정을 급발진 소송에서 ECU 사양서를 확인할 길을 연 중요한 조치로 평가했다. 가족은 결함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서 제조사로 전환하는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인 ‘도현이법’ 제정을 국회에 청원했지만,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도 심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