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위협에 부엌칼로 맞선 조카, 무죄 취지 파기환송
핵심 요약
대법원이 가위로 위협한 삼촌에게 부엌칼을 들어 맞선 조카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조카는 직접 경찰에 신고한 뒤 추가 위협 없이 부엌에서 경찰관을 기다렸다. 대법원은 삼촌의 책임과 공격 정도가 더 무겁고 조카의 대응은 수동적·소극적이었다고 판단했다.
폭행과 가위 위협을 가한 삼촌에게 부엌칼을 들어 맞선 30대 여성의 행동을 정당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는 지난 6월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이 같은 판결 내용은 12일 공개됐다.
사건은 2023년 1월 A씨가 70대 삼촌 B씨에게 어린 시절 성추행을 당한 기억을 문자로 알리고 다른 가족에게도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시작됐다. A씨의 집을 찾아간 B씨는 현관문이 열리자 A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A씨도 맞서 얼굴을 때리고 멱살을 잡았지만, 이모가 두 사람을 떼어놓은 뒤에도 B씨는 가로 43㎝, 세로 37㎝ 크기의 서랍장 2개를 던지고 A씨의 얼굴을 다시 가격했다.
B씨는 식탁에 있던 가위를 집어 날 끝을 손으로 치며 A씨를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는 취지로 위협했다. 성추행 기억이 없다는 B씨의 말에 격앙된 A씨는 싱크대 위 부엌칼을 들고 욕설과 함께 다가오라고 외쳤다. 그러나 A씨는 직접 경찰에 싸움을 말려달라고 신고했고, B씨가 가위를 내려놓은 뒤에는 추가 행동 없이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부엌에서 칼만 들고 있었다.
검찰은 A씨를 특수협박, B씨를 상해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300만원, B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B씨의 물리력이 A씨의 행동 자유를 억압할 정도가 아니고 대응 수단도 상당하지 않다며 정당방위 주장을 배척했지만, 사건 경위와 B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반영해 A씨의 형을 집행유예로 낮췄다. 대법원은 다툼의 책임과 공격 정도를 비교하면 B씨의 책임이 더 무겁고 A씨의 대응은 훨씬 가벼웠다고 판단했다. 예고 없이 집에 찾아와 폭행하고 생명을 위협한 공격에 수동적·소극적으로 맞선 만큼 목적과 수단의 상당성을 갖춘 정당행위로 평가할 여지가 크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