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원전 출력 비상…동유럽 도심 불빛 껐다
핵심 요약
다뉴브강 수량 감소로 루마니아 원전과 수력발전의 전력 생산이 위축됐다. 루마니아는 8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헝가리도 공공 조명을 제한했다. 가뭄 여파가 슬로베니아·불가리아·프랑스 원전과 농업·산업 활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극심한 가뭄이 유럽의 원자력·수력 발전을 동시에 위축시키면서 주요 도시가 야간 조명을 줄이는 비상 절전에 들어갔다.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는 밤마다 시청 청사를 밝혔던 조명이 완전히 꺼졌고, 거리 가로등도 평소 밝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루마니아 정부는 전력난에 대응하기 위해 8월 한 달간 전국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루마니아를 통과하는 다뉴브강 수량이 극심한 가뭄으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자 자국 내 유일한 원자력발전소는 냉각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출력을 낮췄다. 수력발전소들의 전력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번 주에는 원전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해군이 투입돼 수중에서 180㎏의 폭약을 터뜨리고 발전소로 이어지는 물길을 확보하는 작전까지 벌였다.
인접국 헝가리도 전체 전력 생산량의 절반을 담당하는 팍스 원전이 완전 가동 중단 위기에 놓이면서 공공건물과 비필수 구역의 조명을 끄는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이 여파로 수도 부다페스트를 대표하던 야경도 자취를 감췄다. 현지를 찾은 독일 관광객 질케 슈니이더스는 야간 리버 크루즈를 탔지만 다리와 건물이 모두 어두워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가뭄의 충격은 유럽 각국 원전으로 번지고 있다. 슬로베니아의 유일한 원전인 크르스코 원전은 출력을 20% 줄였고, 불가리아에서 하나뿐인 코즐로두이 원전도 비상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프랑스에서는 원전 두 곳이 이미 가동을 멈췄다. 전력 부족과 작황 부진, 산업 활동 제약을 함께 겪는 유럽은 이번 주말 일부 지역에 예보된 비가 가뭄 완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