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전에 물부터 확보…해외는 수원 다변화
핵심 요약
남부와 제주에서 가뭄 피해가 커지며 강수 의존형 수자원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 일본·스페인·싱가포르는 지하댐과 재처리수, 해수담수화로 대체 수원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도 물 부족이 심각해지기 전에 대체 수원을 준비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마전선과 태풍이 비켜 간 올여름 남부와 제주를 중심으로 가뭄 피해가 커지면서 비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수자원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국내 대응은 저수율 하락 뒤 제한 급수 등 사용량 감축에 무게를 두지만, 일본·스페인·싱가포르는 지하수와 하수처리수, 바닷물을 활용해 비가 부족할 때 쓸 수원을 사전에 마련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는 물이 쉽게 지하로 빠지는 류큐석회암층 아래에 차수벽을 세워 지하수를 저장한다. 일본 정부가 조성한 후쿠사토 지하댐과 스나가와 지하댐의 총저수량은 각각 1050만t과 950만t이다. 저장한 물을 농업용수로 공급해 만성적인 가뭄 피해를 줄였고, 내년 8월에는 저수량 160만t 규모의 보라 지하댐도 완공할 예정이다.
스페인은 인구 2만명 이상에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 사업자가 가뭄 때 활용할 대체 수원 확보 계획을 미리 세우도록 의무화했다. 바르셀로나는 2022년부터 고도 처리한 하수를 요브레가트강에 내보낸 뒤 1㎞ 하류에서 다시 취수해 정수장으로 보내고 있다. 이 방식으로 강 유량이 25% 늘어 비가 오지 않는 기간에도 하천을 채울 수 있게 됐다. 싱가포르는 2005년 이후 해수담수화 시설을 5곳으로 늘려 하루 최대 약 86만t을 생산한다. 인구 611만명의 절반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싱가포르의 케펠 마리나 이스트 담수화 시설은 평소 마리나 저수지의 담수를 처리하고, 가뭄으로 저수율이 떨어지면 바닷물을 끌어와 담수화한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8월 강원 강릉의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20% 아래로 내려가 심각 단계에 이른 뒤에야 도암댐 물을 끌어오는 방안을 추진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지역의 물 사정이 악화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강수량이 적어도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대체 수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