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로 범행 다시 본 수형자들, 피해 인식에 변화
핵심 요약
고위험 수용자가 범행과 유사한 상황을 제3자의 시선으로 체험하는 VR 심리치료가 전국 11개 교정기관에서 운영되고 있다. 올해 시범운영에는 392명이 참여했으며 기존 치료와 VR을 병행한 집단에서 인지왜곡·공격성·공감능력 지표가 개선됐다. 치료는 상담과 함께 진행되며 장기적인 재범 방지 효과는 추적 관찰을 통해 검증할 예정이다.
성폭력·스토킹 등 고위험 수용자가 자신의 범행과 닮은 상황을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상현실(VR) 심리치료가 전국 교정기관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남부교도소 심리치료센터에서 체험한 스토킹 과정은 가해 남성이 거절 의사를 무시하고 피해 여성에게 접근하는 장면을 보여준 뒤, 피해자가 느낄 감정과 가해 행동의 문제를 거듭 선택하도록 구성돼 있었다.
수형자는 범죄 유형별 시나리오를 약 15~20분씩 모두 5회 체험한다. 장면이 멈출 때마다 질문에 답하고, 상담사와 선택 이유를 되짚은 뒤 경험일지를 쓴다. 처음에는 징역 2년이 과도하다며 피해자를 탓하고 출소 후 보복할 생각까지 드러낸 스토킹 사범이 집단상담과 VR 치료 후 상대가 다르게 느낄 수 있음을 인정한 사례도 확인됐다. 다른 수형자는 세 번째 회기부터 손을 떨며 화면 속 상황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털어놨고, 이후 범행 충동을 멈추는 훈련을 반복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성폭력 6종과 스토킹·아동학대·가정폭력 각 4종의 VR 콘텐츠 및 통합 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성폭력 사범 237명, 스토킹 사범 110명, 아동학대 사범 22명, 가정폭력 사범 23명 등 392명이 시범운영에 참여했다. 기존 치료와 VR을 병행한 성폭력 사범은 인지왜곡 18.1%, 공격성 14.2%, 공감능력 13.9%가 개선됐고, 스토킹 사범은 각각 17.2%, 7.4%, 7.8%의 개선 폭을 보였다.
프로그램이 모든 참여자에게 순조롭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첫 체험 뒤 사건 기억이 되살아나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과거를 다시 꺼낸다며 거부감을 나타낸 사례도 있었다. 치료자는 반응과 경험일지를 살펴 개인상담을 이어가며, 감정이 지나치게 격해지거나 정신질환 등으로 참여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중단하거나 대상에서 제외한다. 프로그램은 지난달부터 서울남부·밀양·포항·청주·정읍·목포 심리치료센터와 안양·의정부·진주·천안·군산교도소 등 11곳에서 본격 운영 중이며, 재범 방지 효과는 장기 추적 관찰로 검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