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전략, 생산 유연성이 새 승부처
핵심 요약
SK하이닉스의 선제적 장기공급계약이 HBM 시장 선점의 발판이 됐지만 달라진 시황에서는 생산 운용의 부담으로 부각됐다. 2분기 D램 점유율은 26%로 낮아졌으며 마이크론과의 격차도 1%포인트로 좁혀졌다. 엔비디아 공급 안정성과 신규 고객의 HBM4 수요를 함께 충족할 생산 유연성이 다음 경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 시장 초기에 엔비디아와 장기공급계약을 맺어 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선점한 전략이 달라진 시황 속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범용 D램과 6세대 HBM인 HBM4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생산라인의 상당 부분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아진 HBM3E에 배정돼 있어서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에이전틱 AI 확산에 따른 인프라 투자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익성 중심의 생산 전환 속도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냈지만 D램 시장 점유율은 26%로 낮아졌다. 삼성전자는 범용 D램 가격 상승과 HBM 사업 확대에 힘입어 39%로 1위를 차지했고, 마이크론은 범용 제품 반등을 발판으로 25%까지 올라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1%포인트로 좁혔다. 같은 기간 범용 D램 가격은 급등했지만 HBM은 HBM3E 단가 조정과 HBM4 출하 전 세대교체 공백이 겹치며 평균판매가격이 일시적으로 주춤했다. HBM 매출 비중과 선제적 장기계약 비중이 큰 SK하이닉스는 시황 상승분을 경쟁사만큼 빠르게 반영하기 어려웠다.
HBM 시장 형성 초기 SK하이닉스에는 높은 가격보다 확실한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삼성전자가 HBM 경쟁력을 본격적으로 갖추기 전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사 지위를 확보했고, 대규모 설비투자에 필요한 수요와 투자 가시성도 높였다. 엔비디아 역시 HBM뿐 아니라 TSMC의 첨단 패키징인 CoWoS와 실리콘 인터포저 등 AI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생산능력을 선점했다. 양측의 협력은 SK하이닉스가 HBM 주도권을 확보하고 AI 메모리 성장의 주요 수혜 기업으로 자리 잡는 기반이 됐다.
시장 경쟁의 초점은 장기계약 체결 여부에서 생산능력을 고객과 제품별로 유연하게 배분하는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계약 기간과 가격 산정 방식을 고객·제품 특성에 맞춰 설계하고, 수익성과 차세대 메모리 공동개발, 공급 안정성을 함께 반영하는 방식으로 장기 협력을 운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공급 부족으로 메모리 업체의 협상력이 커진 뒤 5년 롤링 방식의 계약 확대에 나섰다. 앞으로는 엔비디아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AMD와 메타, 구글 등으로 늘어나는 HBM4 수요에 얼마나 신속히 대응하느냐가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