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역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이유와 대안 모색
핵심 요약
KTX 역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이유를 분석한 책 '외딴 역을 떠나며'가 출간됐다. 저자는 외딴 역이 자동차 의존을 강화하고 서울 중심 구조가 지방 인구 감소를 부추긴다고 비판한다. 대안으로 지역 간 철도 그리드를 제안하며 철도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KTX나 SRT를 타고 낯선 도시에 내리면 역 주변이 텅 비어 있어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 동대구, 대전처럼 도심에 위치한 고속철도역은 예외에 가깝고, 대부분의 역은 도시 외곽이나 들판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심지어 인근에 민가가 거의 없는 산악 지대에 정차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많은 고속철도역이 외딴 곳에 들어선 이유를 파고든 책이 나왔다.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 전현우가 쓴 '외딴 역을 떠나며'는 KTX 역의 특이한 입지에서 출발해 한국 사회의 자동차 의존, 에너지 위기, 지방 인구 감소 문제로 논의를 확장한다. 고속철도는 시속 300km로 달리기 때문에 궤도가 비교적 직선이어야 해 도심으로 크게 우회하기 어렵고, 도심에 역을 확장하려면 수많은 토지 소유자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협상이 필요해 상대적으로 값싼 외곽 부지가 사업자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경주역의 경우 문화재 보호가, 공주역은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오송역은 지역 요구와 대통령의 균형 발전 공약이 입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그는 외딴 역이 중소 도시에서 승객의 자동차 의존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버스가 드물고 지하철이 없는 중소 도시에서 역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워 많은 승객이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해야 하고, 이로 인해 역 주차장과 주변 도로가 혼잡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의 서울 중심 철도망이 부산에서 광주로 갈 때 오송을 거쳐 북쪽으로 우회해야 하는 등 동서 방향 이동이 매우 불편하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구조가 지방의 인재와 환자를 빨아들이는 깔때기 역할을 하여 서울의 우위를 강화한다고 주장한다. 대안으로 충청, 호남, 영남을 연결하는 지역 간 철도 그리드를 제안하며, 기존 선로를 최대한 활용해 지역의 대도시와 중소 도시를 연결하면 경제 활동을 확장하고 지역 소멸에 대응하며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제안은 상당한 재정이 필요하지만, 저자는 정부와 민간이 도로와 자동차에 쓰는 막대한 비용과 함께 고려해야 하며, 단기적으로는 철도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해도 환경·에너지·사회 통합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