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유럽연구소 30주년, 기술 거점으로 역할 전환
핵심 요약
KIST 유럽연구소가 설립 30주년을 맞아 추격형 연구에서 국제협력 플랫폼으로 역할을 전환한다. 오상록 원장은 표준화·규제 연구 특화와 딥테크 기업 지원을 강조하며, 호라이즌 유럽 가입을 계기로 연구 코디네이션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예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역할 재정비를 통해 내년 예산 증가를 전망하며, 상호 필요 기반의 국제협력과 글로벌 기술사업화를 강조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가 설립 30주년을 맞아 기존의 추격형 연구에서 벗어나 국제협력 플랫폼으로 거듭난다. 오상록 KIST 원장은 지난 15일 독일 자르브뤼켄 연구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거에는 유럽 첨단 연구를 따라 배우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EU의 연구 수요와 국제협력 플랫폼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표준화와 규제 분야 연구를 특화하고 국내 딥테크 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기술 거점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오 원장은 한국 기업의 유럽 진출 지원 방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행정·법률 상담이 중심이었지만, 딥테크 창업기업 증가로 현지 기술 지원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이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에 가입하면서 KIST 유럽연구소의 플랫폼 기능이 더욱 중요해졌다. 김진상 KIST 유럽연구소장은 "유럽에서 컨소시엄이나 대형 프로젝트에 한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특히 조선 등 한국 강점 분야에서 참여 요구가 많다"고 전했다.
KIST 유럽연구소는 최근 10여 년간 예산이 사실상 동결된 데 이어 정부 R&D 예산 삭감 당시 약 30% 감소를 겪으며 운영난을 겪었다. 오 원장은 "예산이 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역할 재정비를 통해 변화가 나타나면 예산도 따라올 것"이라며 내년 증가를 전망했다. 그는 호라이즌 유럽 참여의 진정한 목적은 연구비 확보가 아니라 연구 문화와 패러다임을 배우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과제 기획 과정에서 목표 설정과 역할 분담, 미개척 연구를 설계하는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며 "프로젝트 관리자의 촘촘한 진행 조율 과정이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KIST는 유럽 외에도 베트남, 인도, 미국 보스턴 등으로 국제협력 거점을 확장하며 출연연 협력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오 원장은 국제협력이 일방적 지원이 아닌 상호 필요에 기반해야 지속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내가 필요하면 상대도 나를 필요로 해야 오래 간다"며 "본원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유럽 최고 연구기관과 역할을 분담하고, 기술사업화도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스턴 거점에서는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유망 기술을 현지 연구자와 기업, 글로벌 제약사에 연결하고 시장 반응을 확인해 방향을 조정하는 글로벌 기준의 기술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