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인력 경쟁 격화…팹리스 설계진 공백
핵심 요약
HBM 시장 확대와 메모리 대기업의 경력직 채용으로 팹리스·디자인하우스의 핵심 설계 인력이 이동하고 있다. RTL·DFT·ASIC 검증 등 숙련 직무의 공백이 프로젝트 일정과 신규 수주에 부담을 주고 있다. 2031년에도 대규모 전문인력 부족이 예상돼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의 인력난이 심화할 수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확대를 계기로 국내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의 숙련 설계 인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이동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메모리 대기업이 연봉과 성과보상 경쟁력을 앞세워 경력직 채용을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설계 기업들은 핵심 인력 이탈과 프로젝트 운영 부담을 동시에 겪고 있다.
최근 주요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에서 이직이 집중되는 인력은 경력 7~12년의 책임·수석급이다. 한 주요 디자인하우스에서는 주력 설계자 10여 명 이상이 두 메모리 대기업으로 옮겨 일정과 인력 배치에 차질이 생겼다. 이들의 담당 업무는 RTL 설계와 DFT, 백엔드 설계, 맞춤형 주문 반도체(ASIC) 검증 등으로, 숙련도가 중요해 신입 인력으로 단기간에 공백을 메우기 어려운 분야다.
인력 경쟁이 거세진 배경에는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설계 영역의 경계가 흐려지는 산업 변화가 있다. HBM4부터 베이스다이에 첨단 로직 공정이 적용되고 고객 맞춤형 HBM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 메모리 설계 인력뿐 아니라 RTL, 시스템온칩(SoC) 아키텍처, ASIC, 컨트롤러·PHY, CXL, 백엔드 검증 역량을 갖춘 경력자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무 엔지니어가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수행하려면 최소 수년이 필요한 만큼, 중간 경력 인력 몇 명의 이탈도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의 신규 프로젝트 수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 반도체 분야는 인력을 늘려도 2031년 전체 인력 부족이 8만1000명에 이르고, 설계를 포함한 전문인력 부족도 약 5만4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대기업 중심의 경력직 이동이 계속되면 중소 설계 기업의 인력난과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의 부담이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