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가격 급등에 AI·전자업계 용량 축소
핵심 요약
엔비디아가 루빈 울트라의 HBM 용량을 당초 계획보다 최대 81%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메모리 원가 급등으로 노트북과 스마트폰에서도 기본 탑재 용량 축소가 확산하고 있다. AI 확산에 따른 수요 증가는 이어지지만 과도한 가격 상승은 장기 수요 기반을 약화할 수 있다.
엔비디아가 2027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 칩 ‘루빈 울트라’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용량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12단 HBM4E 16개를 탑재해 칩당 1TB를 구현할 계획이었지만, 올해 3분기부터 8단 HBM4E와 이전 세대 HBM4를 적용한 저용량 제품을 시험할 예정이다. 일부 구성은 192GB로, 최초 공개 사양보다 81% 적고 현재 양산 중인 루빈의 288GB보다도 33% 줄어든다. 최종 사양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사양 조정의 배경에는 급격히 불어난 메모리 원가가 있다. 그레이스 블랙웰 GB300 서버는 총원가 399만4551달러 가운데 메모리 비용이 37만3939달러로 9.4%를 차지했다. 차세대 베라 루빈 VR200은 총원가가 780만3148달러로 95% 늘어나는 동안 메모리 비용은 200만1600달러로 435% 뛰었다. 이에 따라 메모리 원가 비중도 25.7%까지 높아져, 제한된 공급과 비용 부담을 함께 줄일 수 있는 저용량 구성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메모리 탑재량 축소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도 번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델·에이서는 기본 메모리를 16GB로 높이던 흐름에서 벗어나 8GB 노트북을 다시 내놓았고, 구글은 이달 출시 예정인 픽셀 11의 기본 메모리를 전작 12GB에서 8GB로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11%, PC 출하량은 4% 줄었다. 부품비 상승이 완제품 가격 인상과 제조사의 생산·출하량 조정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탑재량 감소가 곧바로 메모리 수요 급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HBM을 과도하게 줄이면 필요한 AI 칩 수가 늘어 시스템 전체 비용이 오를 수 있고, 2027년 HBM 출하량도 전년보다 50~6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PC와 스마트폰 역시 온디바이스 AI 확산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D램과 낸드플래시가 필요하다. 메모리 수요의 장기 증가 방향은 유지되지만, 지나친 가격 상승은 고객사의 용량 확대를 늦추고 제품 생산량 조정을 촉발해 예상 수요 증가 폭을 낮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