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채용 확대에 팹리스 설계 인력난 가중
핵심 요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채용 확대 속에 팹리스·디자인하우스의 중견 설계 인력이 대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HBM4 기술 변화로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갖춘 경력자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전문인력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의 연구개발과 수주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채용을 확대하면서 국내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의 중견 설계 인력이 잇따라 대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7~12년 경력의 책임·수석급 이직이 두드러진다. 높은 연봉과 성과보상을 앞세운 메모리 기업으로 인재가 쏠리면서 중소 반도체 기업은 프로젝트 일정과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주요 디자인하우스에서는 핵심 설계자 10여 명 이상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이 맡았던 업무는 RTL 설계와 DFT, 백엔드 설계, ASIC 검증 등 경험과 숙련도가 중요한 분야다. 경력직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부족하고 채용에 성공한 인력마저 대기업 제안을 받고 떠나는 사례가 이어져, 신입 인력만으로 공백을 단기간에 메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국내 신규 직원 3201명을 채용해 전년 942명의 3.4배로 규모를 늘렸다. 같은 기간 자발적 이직률은 0.5%에 머물렀다. HBM4부터 베이스다이에 첨단 로직 공정이 적용되고 고객 맞춤형 HBM 수요가 커지면서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설계의 경계도 좁아지고 있다. 이에 두 회사는 RTL과 SoC 아키텍처, ASIC, 컨트롤러·PHY, CXL, 백엔드 검증 역량을 갖춘 경력자 확보를 확대하고 있다.
숙련 엔지니어가 독자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최소 수년의 경험이 필요해 중견 인력 몇 명의 이탈만으로도 테이프아웃 지연이나 신규 수주 차질이 생길 수 있다. 2031년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필요 인력은 30만4000명으로 늘고 최대 8만1000명이 부족할 전망이며, 설계를 포함한 전문인력 부족분은 약 5만4000명이다. 2027학년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협약 반도체 계약학과 선발 인원도 약 460명에 그쳐, 대기업 채용이 계속되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의 연구개발과 수주 경쟁력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