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채용 문턱과 장기 병가에 변수로
핵심 요약
GLP-1 복용 뒤 미혼 여성의 결혼·동거와 무직 여성의 취업 확률이 높아졌다. 오젬픽 치료를 일찍 시작한 노동자는 30일 초과 장기 병가가 17.3% 감소했다. 약제 지원 비용과 병가 절감 효과, 채용 과정의 체중 편향을 함께 따져야 한다.
비만 치료제 GLP-1이 체중 감량을 넘어 취업과 결혼, 장기 병가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경제학의 변수로 떠올랐다. 미혼 여성이 약을 복용한 지 18개월 뒤 결혼하거나 동거할 확률은 최대 28.6%포인트 상승했고, 무직 여성의 취업 확률도 27%포인트 넘게 높아졌다. 남성에게서는 같은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 변화는 복용자의 능력 향상보다 새로운 만남에서 나타나는 체중 편향과 맞닿아 있었다. 기존 배우자와의 관계나 이미 다니던 직장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고, 채용 면접이나 소개팅처럼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만 효과가 두드러졌다. 체중을 근거로 상대를 판단하는 이른바 ‘첫인상 비만 페널티’가 여성의 관계 형성과 노동시장 진입에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덴마크 노동자 1만4022명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오젬픽 치료를 4년 먼저 시작한 7011명의 30일 초과 장기 병가가 17.3% 감소했다. 치료 전 평균 5.5%였던 발생률이 0.95%포인트 낮아졌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커지고 응급실 방문과 심혈관계 약물 사용도 줄었다. 고용주와 정부의 절감 비용은 노동자 1인당 연간 노동소득의 1.3~1.5%로 추산됐고, 미국 기준 연 866달러에 해당했다. 다만 4년 동안 소득과 고용률, 노동시장 참여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GLP-1은 노동시장의 입구에서는 첫인상에 따른 편향을 완화하고, 내부에서는 만성질환과 장기 병가의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미국 기업들이 비용을 이유로 처방 지원을 보험 혜택에서 제외하려는 가운데 병가와 생산성 손실까지 고려하면 단순한 비용 절감으로 보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당뇨병 치료에만 예외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체중 감량 목적의 위고비와 오젬픽은 월 수십만 원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약제 접근성뿐 아니라 채용 과정에서 체중 대신 역량을 평가하는 구조도 함께 논의할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