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배터리 여권, 한국 3사 유럽 경험 시험대
핵심 요약
EU는 2027년 2월부터 배터리 전 생애주기 정보를 담은 디지털 여권을 의무화한다. 한국 배터리 3사는 점유율 하락 속에서도 유럽 생산과 규제 대응 경험을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 업체의 현지화와 향후 탄소·현지 조달 기준 강화는 비용과 경쟁 구도의 변수다.
유럽연합이 2027년 2월 18일부터 역내에 유통되는 배터리에 디지털 여권을 의무화한다. 배터리의 식별 정보와 기술 특성, 성능, 내구성뿐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재활용 관련 자료까지 공개하는 제도다. 생산과 사용, 재사용,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전 생애주기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으로, 유럽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업체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를 줄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하이브리드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269GWh로 전년 동기보다 26.3% 늘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합산 사용량은 6.3% 감소한 74.3GWh, 점유율은 37.2%에서 27.6%로 낮아졌다. CATL은 90.5GWh와 점유율 33.6%, BYD는 28.2GWh와 10.5%를 기록하며 한국 3사를 압박했다.
배터리 여권은 관세처럼 수입품에 비용을 직접 부과하지 않지만 원산지와 생산 과정, 환경 발자국을 입증할 방대한 자료를 요구한다. 공급망이 복잡하거나 불투명한 업체에는 자료 확보와 검증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국 3사는 폴란드 브로츠와프와 헝가리 등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삼성SDI는 2018년 헝가리 공장의 양산을 시작했고, SK온도 현지 고객 공급을 위한 헝가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 업체들도 현지화를 서두르고 있다. CATL은 2022년 12월 독일에서 리튬이온 셀 양산에 들어갔으며 헝가리 데브레첸의 100GWh 공장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스텔란티스와는 스페인 사라고사에 탄소중립 생산 방식의 50GWh 공장을 건설 중이다. 한국 업체에는 축적된 유럽 양산·규제 대응 경험과 추적 가능한 공급망이 프리미엄 시장을 지킬 기반이지만, 현지 소재와 탄소 기준이 강화되면 조달·생산비와 배터리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당장은 여권 자체보다 품질과 제조 역량을 입증하는 전략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