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자율발사 로봇, 20년째 멈춘 공론화
핵심 요약
한국은 자율발사 기능을 갖춘 SGR-1을 DMZ에서 운용했지만 도입과 운용 원칙을 충분히 공론화하지 않았다. 2007년 추진된 로봇윤리헌장은 제도화되지 않았고 국방 AI에는 법적 예외와 규제 특례가 적용되고 있다. 최전방 AI 경계체계 확대를 앞두고 판단 범위와 통제 방식, 책임 주체에 대한 공개 검증이 과제로 남았다.
한국은 사람을 식별해 조준하고 설정에 따라 발포까지 결정할 수 있는 지능형 감시경계로봇 SGR-1을 2010년 비무장지대에서 운용했다. 당시 미국 측이 배치 여부를 확인하려 했지만 국방부는 제조사 삼성테크윈이 확인할 사안이라며 실험과 관련한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자율 살상 기능을 갖춘 무기체계가 최전방에 등장했지만 도입 과정과 운용 원칙을 둘러싼 국내 공론화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SGR-1은 2003년 정부 투자로 개발이 시작돼 2006년 시제품이 나왔으며, 수동모드와 자동모드를 함께 갖췄다. 자동모드에서는 카메라로 500m 밖 움직임을 포착해 사람인지 판별하고 총구를 돌린 뒤 스스로 발포 여부를 정할 수 있다. DMZ에 들어온 모든 사람을 적으로 처리하도록 조건을 단순화해 복잡한 피아 식별 절차를 거치지 않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 체계는 2025년 유엔군축사무소의 자율살상무기체계와 국제인도법 연구에서도 기술적 검토 대상으로 다뤄졌다.
한국은 2007년 인간과 로봇의 공존, 제조자·사용자·정부의 책임을 담은 국가 차원의 로봇윤리헌장 제정을 추진했다. 초안에는 로봇이 인간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인간 존엄성·정보 보호, 불법 개조 및 남용 금지 조항이 포함됐다. 그러나 헌장은 공식 제도로 확정되지 않은 채 20년 가까이 머물렀다. 그 사이 인공지능기본법은 국방·안보 분야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고, 국방인공지능법안은 규제 특례를 중심에 뒀다.
2026년 봄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AI 기반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도입하고 최전방 경계초소 병력을 2만2000명에서 6000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구 감소와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전환이 다시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자율무기 오작동, 살상 판단의 책임, 인도주의와 인권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SGR-1 배치 당시 건너뛴 윤리 검토와 사회적 논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새 경계체계의 판단 범위와 통제 방식, 책임 주체를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절차가 핵심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