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공개 약속, 신뢰 확보와 책임의 경계
핵심 요약
CEO의 공개 약속은 신뢰 확보와 전략적 유연성 사이에서 선택적으로 조절됐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구체적인 약속은 줄고 전략적 모호성이 확대됐다. 약속 불이행은 CEO의 비자발적 해임 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결됐다.
최고경영자(CEO)의 공개 약속은 투자자에게 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신뢰를 높이는 동시에, 경영진을 특정 목표에 묶어 전략 수정의 여지를 좁힐 수 있는 선택적 수단으로 나타났다. CEO들은 리더십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할 때 약속을 늘렸지만,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유연한 대응이 중요해지면 약속을 줄이는 방식으로 두 목적 사이의 균형을 조절했다.
캐나다 요크대와 미국 오리건대·듀크대 공동 연구진은 거대언어모델을 활용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S&P1500 기업의 실적 발표 녹취록 약 6만9000건을 분석했다. 여기서 CEO의 공개 약속 7만4017건을 추출한 뒤 오픈AI 추론 모델로 공개성, 미래 지향성, 헌신성, 기업 특수성, 긍정적 결과, 중대성 등 6개 기준에 따라 분류했다.
취임 초기처럼 성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거나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돈 직후에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약속이 늘었다. 여성 CEO도 평균적으로 더 많은 약속을 했으며, 이는 성별에 대한 암묵적 편견을 넘어서 신뢰와 리더십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됐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구체적인 목표 대신 ‘머지않아’와 같은 표현을 활용해 전략을 바꿀 여지를 남기는 경향이 뚜렷했다.
약속의 모호성은 사후 책임과도 연결됐다. GPT-5로 이행 여부를 추적한 결과 구체성이 가장 낮은 약속 가운데 86%는 이후에도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지만, 일정 수준 이상 구체적인 약속은 대부분 이행 여부가 명확히 확인됐다. 직전 3년간 약속 불이행이 한 건 늘 때마다 CEO의 비자발적 해임 가능성은 약 22% 높아졌다. 공개 약속이 신뢰 확보와 전략적 유연성을 함께 고려한 선택인 만큼, 이사회는 약속의 내용뿐 아니라 제시된 배경과 이행 과정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