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이어준 두 부부의 회복과 연대
핵심 요약
BTS의 그래미 불출품 결정은 지역 범주로 정체성을 제한하지 않으려는 선택으로 받아들여졌다. 육상효 감독과 미국인 마크는 아미인 아내를 통해 팬 가족으로서의 경험과 분류 문제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두 아내에게 BTS의 음악은 소외감과 수술 뒤 무력감을 이겨내는 계기가 됐다.
방탄소년단(BTS)이 앨범 ‘아리랑’(Arirang)을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두고 팬 가족들 사이에서도 분류와 차별의 경계를 둘러싼 대화가 이어졌다. 그래미가 최우수 아시안 팝 퍼포먼스 상 신설을 발표한 뒤 나온 이번 선택은, 음악을 지역 범주로 따로 묶는 체계에 편입되지 않고 스스로 정체성을 규정하려는 태도로 받아들여졌다.
영화감독 육상효의 일상은 아미인 아내가 재생하는 관련 영상과 해설, 휴대전화 메시지로 채워졌다. 그는 아미 활동을 통해 알게 된 미국인 마크와 스스로를 두 명뿐인 ‘국제 아미 남편 모임’ 정회원으로 부른다. 두 사람은 공연 도시가 적힌 옷과 보라색 굿즈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부산 공연 당시 아내들이 현장에서 열광하는 동안 각자의 집에서 라면이나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한 경험도 공유했다.
마크는 아시아 음악을 위한 별도 부문이 그동안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음악을 인정하는 장치라는 미국 지인들의 시각도 소개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시아’라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 해당 음악이 보편적 팝과 구별돼 타자화될 수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오타니 쇼헤이를 별도의 ‘아시아 MVP’로 한정하기 어려운 것처럼 BTS 역시 아시아 최고 가수라는 범주에만 가둘 수 없다는 논리다.
두 남편에게 BTS는 논쟁의 대상에 그치지 않는다. 마크의 한국인 아내는 미국과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차례로 소외감을 겪던 시기에 BTS의 음악으로 내면의 상처를 달랬다. 육 감독의 아내도 여러 차례 위중한 수술을 받은 뒤 병원에서 접한 BTS 영상을 찾아보며 무력감과 우울증을 이겨냈다. 두 사람은 아내가 팬이 된 일과 자신들이 그 곁을 함께하게 된 과정을 우연이 겹쳐 만든 행운으로 받아들이며, 이를 아미 남편이 선택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으로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