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그래미 거부, 장르·국적 경계에 균열
핵심 요약
방탄소년단의 그래미 신설 아시안 팝 부문 거부가 음악 산업의 분류 체계를 둘러싼 논쟁으로 확산했다. 댄 차나스 교수는 해당 부문을 K팝의 주요 본상 진입을 제한하는 격리 장치로 평가했다. 민족·국적·언어에 따른 부문과 미학적 기준이 불분명한 팝의 장벽을 해체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즈의 신설 부문인 ‘베스트 아시안 팝 음악 퍼포먼스’를 거부한 행보가 미국 음악 산업의 분류 체계와 인종적 경계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대중음악학자 댄 차나스 뉴욕대 클라이브 데이비스 녹음 음악 연구소 교수는 이를 특정 민족과 언어권의 음악을 별도 틀에 가두는 관행에 맞선 결정으로 평가했다.
차나스 교수는 해당 부문이 K팝 그룹의 영향력이 그래미 주요 본상 부문으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는 격리 장치라고 지적했다. 1959년 28개로 출발해 100개까지 늘어난 그래미의 부문 구성이 시장의 외연 확장처럼 보이지만, 흑인과 백인 음악가를 분리해 온 음반 산업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방탄소년단의 선택은 이런 제한된 분류에 편입될 위험을 거부한 행동으로 해석됐다.
논쟁의 중심에는 명확한 미학적 기준 없이 운용되는 ‘팝’의 개념이 놓였다. 댄스 등 다른 장르와 달리 팝 퍼포먼스는 곡이 팝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주관적 요건에 기대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서 팝의 범위가 백인 중심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확장과 축소를 반복해 왔다는 비판이다. 흑인 음악의 양식을 흡수하면서도 창작자의 수익성 높은 시장 진입을 막아 온 구조와, 마이클 잭슨이 ‘오프 더 월’로 주요 부문에서 소외된 뒤 ‘팝의 황제’라는 정체성을 내세워 권리를 다퉜던 사례도 같은 맥락으로 제시됐다.
힙합 역사서 ‘딜라 타임’과 음악 산업의 권력 구조를 다룬 ‘더 빅 페이백’을 쓴 차나스 교수는 방탄소년단과 배드 버니를 비롯한 모든 음악가가 별도의 필터나 제한 없이 최대 시장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족·국적·언어를 기준으로 한 부문 신설을 멈추고, 미학적으로 정의되지 않은 팝이라는 장벽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과 언어를 넘어 음악 자체의 가치를 내세운 방탄소년단의 결정에 국제 음악계의 연대와 지지가 이어지면서 레코딩 아카데미의 분류 방식을 둘러싼 비판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