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출품 거부가 드러낸 그래미의 ‘지역 구획’
핵심 요약
BTS가 아시아 팝 부문 신설에 문제를 제기하며 올해 그래미 출품을 거부했다. 팬들은 공연장과 온라인에서 결정을 지지했고 그래미의 북미·백인 중심 구조도 다시 논란이 됐다. 지역 부문이 세계 진출의 통로인지 주류 부문과의 경계를 강화하는 장치인지 평가가 맞서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그래미어워즈 출품을 거부하면서 지난 6월 신설된 ‘베스트 아시아 팝 뮤직 퍼포먼스’가 다양성 확대인지, 아시아 음악을 별도 범주에 가두는 장벽인지 논쟁이 커지고 있다. 멤버들은 지난달 29일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보다 음악 자체로 듣고 사랑받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히며 올해 출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BTS는 2019년 시상자로 그래미 무대에 처음 오른 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연속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발표 뒤 미국 뉴저지 콘서트에서는 RM이 ‘MIC Drop’ 가사를 바꿔 불렀고, 팬들은 손팻말과 ‘ArtHasNoAliens’ 해시태그로 지지를 표시했다. 서구 사회가 아시아인을 이방인으로 보는 시선을 풍자한 ‘에일리언스’는 지난달 29일부터 나흘 동안 78개국 아이튠스 톱송 차트 1위에 올랐다.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CEO는 발표 다음 날 BTS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장르별 부문이 올해의 앨범이나 올해의 노래 등 일반 부문 경쟁을 막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래미는 북미·백인 중심의 선정 구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위켄드와 드레이크도 2020년 흑인 아티스트 평가 방식을 문제 삼아 보이콧했고, 이듬해 후보 선정 방식이 개편됐다. 그러나 2025년 신규 회원 중 아시아 태평양계 자기 식별 비율은 5%에 그쳤다.
지역 부문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2023년 신설된 아프리카 음악 퍼포먼스 부문의 첫 수상자 타일라처럼 새로운 음악을 세계에 알릴 기회가 될 수 있고, 배드버니가 지난 2월 라틴 팝 부문과 올해의 앨범을 함께 받은 사례도 있다. 반면 백인 영어권 가수에게는 유럽 팝이라는 별도 틀을 두지 않으면서 아시아 음악만 구분하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키운다. BTS가 내년 2월 제69회 그래미 무대에 설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번 결정은 비영어권 음악을 평가하는 기준과 지역 부문의 역할을 다시 묻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