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우주 산업이 깨운 ‘잠든 기술’
핵심 요약
상용화에 실패하거나 성장세가 꺾였던 기술들이 AI·우주·자율주행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를 얻고 있다. 카시오의 가시광선 통신은 콘솔 게임용 기술에서 달 탐사 로봇의 위치 추적 기술로 전환됐다. 메인프레임과 키넥트, 이미지 센서, QR코드도 산업 환경의 변화에 맞춰 활용 영역을 넓혔다.
상용화 문턱에서 밀려났던 기술들이 인공지능과 우주 탐사, 자율주행 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다시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전자 업체 카시오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와 달 탐사 개발을 공동 추진한다. 달 표면 탐사 로봇의 위치를 추적하는 수단으로 카시오의 가시광선 통신 기술이 채택됐다.
이 기술은 1990년대 중반 사람의 움직임을 읽는 콘솔 게임을 위해 개발됐다. 방망이를 휘두르는 동작을 감지하는 야구 게임에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당시 카메라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아 제품화가 무산됐다. 약 30년 뒤에는 전파가 닿기 어려운 달 분화구의 그늘진 지형에서도 입체 구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탐사 기술로 새로운 쓰임을 찾았다.
IBM 메인프레임도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1970~80년대 기업 전산 시스템을 대표했으나 PC와 클라우드 확산 이후 쇠퇴할 기술로 여겨졌다. 최근에는 금융·보험·정부 기관의 핵심 데이터를 외부로 옮길 때 발생하는 비용과 보안 위험을 줄이면서 내부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는 고성능 서버로 진화했다. 기존 데이터 기반 위에 AI 기능을 더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되살린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0년 엑스박스 주변 기기로 내놓았다가 게임 콘텐츠 부족으로 단종한 키넥트의 깊이 인식·3D 센싱 기술은 물류창고 자율주행 로봇의 장애물 회피와 화물 자동 적재용 비전 카메라에 활용되고 있다. 소니는 이미지 센서에 AI 연산 기능을 넣어 스마트폰 중심 사업을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스마트팩토리로 확장했다. 일본 덴소가 1990년대 자동차 공장 재고 관리용으로 만든 QR코드가 스마트폰 확산 뒤 결제·인증 수단으로 자리 잡은 사례도 주변 기술과 산업 환경의 성숙이 옛 기술의 가치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