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메모리 품귀에 산업계, 미국 정부 개입 촉구
핵심 요약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이 여러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자·자동차·의료 기기 업계는 반도체지원법과 국방물자생산법 등을 활용한 미국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공급난이 향후 2년간 지속될 경우 제품 가격 상승과 의료 기기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전자·자동차·의료 기기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애플을 포함한 관련 업체들은 AI 기업의 대규모 구매로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며 미국 정부에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정된 공급 물량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업계의 물량 확보 경쟁도 워싱턴으로 확대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2022년 반도체지원법의 지원금을 받은 반도체 기업에 AI 이외의 산업에도 일정 물량을 공급하도록 조건을 부과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특정 제품 생산이나 정부 정책 협조를 요구할 수 있는 국방물자생산법을 활용해 일반 산업에 메모리를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현 상황을 ‘100년에 한 번 있을 홍수’에 빗대며 메모리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최근 제품 가격 인상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메모리 공급난을 지목했다.
미국 정부는 일반 산업의 비용 부담과 AI 경쟁력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메모리를 전자제품과 자동차 생산에 더 배정하면 해당 제품의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데이터센터 몫이 줄어들 경우 중국과 AI 경쟁을 벌이는 미국 기업의 사업 확장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백악관을 비롯한 정부 당국이 공급 물량 배분에 실제로 개입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메모리 부족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향후 2년 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AI 기업은 높은 가격에도 구매를 계속할 자금 여력이 있지만 가전·자동차·의료 기기 업체는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넘어 자기공명영상 장비 같은 의료 기기의 가격이 오르고 생산 일정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