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키운 무한 피드, 생각할 틈을 지우다
핵심 요약
소셜미디어는 연결의 약속과 달리 가짜뉴스와 혐오, 정치적 양극화를 키우는 공간으로 변했다. 생성형 AI는 이용자 데이터를 학습해 무한 피드를 더욱 개인화하고 취향과 판단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 알고리즘의 영향에서 주체성을 되찾으려면 현실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생각할 여백을 확보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서로의 관점을 넓히겠다는 소셜미디어의 약속은 가짜뉴스와 혐오, 정치적 양극화가 번지는 현실과 맞닥뜨렸다. 니콜라스 카는 신간 ‘슈퍼블룸’에서 연결을 앞세운 플랫폼이 인간의 욕망과 불신을 증폭하는 공간으로 변한 과정을 짚었다.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퍼진 ‘피자 게이트’ 음모론과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이런 변화의 상징적 장면으로 제시됐다.
끊임없이 새로 바뀌는 피드는 이용자가 다음 자극을 기다리게 하고, 스마트폰은 사용하지 않는 순간에도 주의를 붙든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흐리는 피드가 사회적 경험을 컴퓨터의 작동 방식에 맞춰 재편하면서 혼자 생각하거나 고독을 누릴 짧은 틈도 줄었다. 욕구가 즉시 충족되는 환경에서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인지, 알고리즘이 고르게 한 것인지 되돌아볼 기회까지 사라질 수 있다.
소셜미디어와 함께 성장한 Z세대의 변화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2012년 미국 10대 청소년 가운데 직접 만나는 것보다 화면을 통해 어울리기를 선호한 비율은 절반이었고, 2018년에는 3분의 2로 늘었다. 친구와 얼굴을 맞대기보다 매체를 통한 대화를 더 편하게 여기는 첫 세대가 등장한 셈이다. 이들은 성인들이 시작한 대규모 사회적 실험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세대로 분석된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거대언어모델은 기존 피드 알고리즘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색 기록과 대화, 사진, 구매 이력, ‘좋아요’를 표시한 게시물까지 학습한 AI가 개인별 콘텐츠를 끝없이 생산하고, 대화와 관계 형성을 통해 취향과 판단에도 관여하는 구조다. 이 흐름에서 주체성을 되찾는 열쇠는 가상세계의 즉각적 만족을 벗어나 현실의 시간과 공간을 견디며 스스로 생각할 고독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