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신 좌우하는 ‘10분 초밀집 생태계’
핵심 요약
AI 혁신 경쟁이 인재와 투자자, 협력사를 가까이 연결하는 초밀집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빅테크는 주거·교육·이동·실증 환경을 결합한 10분 혁신권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 혁신 거점에도 물리적 거리를 좁혀 교류와 실행 속도를 높이는 과제가 남아 있다.
AI 시대의 혁신 경쟁이 연구 인력과 투자자, 협력사를 도보나 엘리베이터 이동 10분 안에 연결하는 초밀집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베이징 하이뎬구의 AI 원점 마을에서 구체화한 ‘10분 혁신권’은 가까운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도시·업무 공간 전략이다. 머릿속 영감을 협력과 실행으로 잇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 빅테크와 지방 정부는 주거와 교육, 이동 수단을 연구 현장에 결합하고 있다. 선전의 텐센트 ‘펭귄 아일랜드’와 상하이의 화웨이 ‘롄추후 센터’에는 반값 아파트와 학교, 자율주행 셔틀이 마련됐으며 연구 인력 8만여 명과 가족이 한 공간에서 생활한다. 연구원이 자율주행과 로봇을 일상에서 직접 시험하는 실증 기지이자 혁신 실험장으로 설계된 점이 기존 공장 클러스터와 다르다.
인재와 생활 기반을 가까이 배치하는 방식은 과거 기업 도시에서도 확인된다. 포스코는 포스텍과 명문 초·중·고교, 쇼핑·복지 시설을 10분 거리에 모은 포항 ‘지곡 단지’를 조성했다. 인도 타타도 1970년대 잼셰드푸르에서 도로 정체와 이동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일과 삶을 가까운 생활권 안에 배치했다. 1993년 독일 지멘스를 방문한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역시 한 시간 안에 임원진을 소집해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결집력과 속도를 삼성의 강점으로 짚었다.
화상회의와 메신저가 발달했지만 빅테크가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배경에는 인재가 한곳에서 즉시 대화할 때 생기는 시너지가 있다. 복도에서의 우연한 만남과 카페의 즉흥적인 대화가 아이디어를 협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인재 유출을 겪는 포항, 담장 안에 머문 대덕, 물리적·정신적 교류 밀도가 부족한 판교 테크노밸리에도 이런 과제가 남아 있다. 국내 혁신 거점 역시 두뇌와 생활, 실증 환경을 10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생태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