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질주 앞에서 묻는 ‘한국호’의 방향
핵심 요약
AI 산업 확대에 필요한 전력·용수·송전망을 놓고 지역과 환경의 부담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켄슈타인’ 속 월턴의 선원들은 목표에 매몰된 선장 대신 배 전체의 생존 위험을 감지했다. 기술 경쟁의 방향을 정할 때 기후위기와 지역 주민의 우려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
한국이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목표로 반도체와 피지컬 AI,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우면서 전력과 산업용수, 송전망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요 두 기업이 기존 계획을 포함해 제시한 총투자액은 4755조원이다. 대규모 시설이 들어설 후보지에서는 가뭄 때 농업용수가 부족해질 가능성과 송전탑 건설에 대한 걱정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확대를 둘러싼 갈등은 미국에서도 나타났다. 지난달 42개 주에서 반대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고, 뉴욕주는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1년 동안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국내에서도 막대한 전기와 물을 공급하고 송전 설비를 확충해야 하는 개발 방식이 기후위기 대응과 충돌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기술 경쟁의 속도뿐 아니라 시설이 지역의 삶과 환경에 미치는 부담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셸리가 1816년 구상한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이러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이름조차 주지 않고 버린 창조물을 없애려고 북극으로 향했고, 월턴 선장은 유산으로 배와 선원을 마련해 독자적인 탐사에 나섰다. 월턴은 북극점과 지구 자기의 비밀, 신항로를 좇아 전진했지만 얼음에 갇힌 배의 선원들은 생존 위협을 감지하고 귀환을 요구했다. 목표에 몰두한 한 사람과 달리 배의 여러 곳에서 일한 선원들은 전체의 위험을 볼 수 있었다.
2026년 여름에는 기후위기의 징후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일주일 전 경남 양산의 낮 최고기온은 42.5도까지 올라 1904년 근대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성 관측이 시작된 1979년 이후 북극 얼음은 계속 줄어 절반가량 사라졌다. AI와 생명공학, 우주 탐사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하는 과정에서도 산업용수와 발전 설비, 송전망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의 시선을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기술의 목적과 속도, 부담을 함께 점검하는 일이 ‘한국’과 ‘지구’라는 배의 방향을 정하는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