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 수요 급증…분산·연결형 전력망 전환 시급
핵심 요약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국내외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송전 손실과 건설 지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분산형 전력망과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이 요구된다. SMR 육성과 지역·시간대별 가격체계 도입이 전력산업 전환의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
인공지능 확산으로 산업 경쟁의 중심이 반도체를 넘어 전력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2030년 약 945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4년 한국 전체 전력소비량의 약 1.7배다.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2040년까지 50GW 이상의 신규 수요가 예상돼 전력을 핵심 산업 인프라로 다루는 선제 대응이 요구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7%인 한국은 연료 조달과 장거리 송전에 따른 부담을 함께 안고 있다. 2024년 송배전손실률은 세계 최저 수준인 3.52%였지만 손실 전력량은 1만9966GWh에 달했다.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건설 지연으로 발생한 추가 전력구입 비용도 약 1조1700억원이었다. 발전량 확대만으로는 비용을 줄이기 어려운 만큼 생산지와 소비지의 거리, 전력 공급과 연결 방식을 함께 바꾸는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대안으로는 지역과 산업단지에서 전력을 직접 생산·저장·소비하는 마이크로그리드 확대가 제시된다. 지산지소 방식은 송전 손실을 낮추고 계통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센다이 마이크로그리드가 병원과 공공시설에 전력을 공급한 뒤 관련 정책을 확대했다. 전국 전력망을 고효율·고용량으로 잇는 에너지 고속도로도 병행 과제다. 초고압직류송전은 기존 교류망보다 선로 손실률을 절반가량 줄이고, 765kV 송전망은 기존 345kV보다 약 5배 많은 전력을 수송할 수 있다.
분산형 전력체계의 안정성을 위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소형모듈원전 육성도 거론된다.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과 건설 유연성을 높인 SMR은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수요처에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이다. 시장 운영 역시 생산량 중심에서 전력이 언제, 어디서 계통 안정에 기여했는지를 평가하는 구조로 바뀔 필요가 있다. 미국 PJM과 ERCOT, 영국, 호주처럼 지역·시간별 가격에 혼잡과 송전비용을 반영하고, 마이크로그리드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전력의 가치와 유연성을 거래하는 체계로의 전환이 과제로 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