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설계 파지, 내성 대장균까지 뚫었다
핵심 요약
생성형 AI가 설계한 박테리오파지가 실험실에서 실제 감염 능력을 보였다. 게놈을 혼합한 파지는 기존 바이러스에 내성을 가진 대장균 두 종류도 감염시켰다. 내성균 치료 가능성이 커진 동시에 바이러스 설계 기술의 안전 관리가 과제로 떠올랐다.
인공지능이 설계한 새로운 박테리오파지가 실험실에서 실제 바이러스로 작동하고, 기존 파지에 저항성을 지닌 대장균까지 감염시켰다. 미국 스탠퍼드대 브라이언 히 교수 연구진은 대규모 언어 모델과 유사한 ‘게놈 언어 모델’로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의 전체 유전체를 생성한 연구 결과를 6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생성형 AI ‘이보1’과 ‘이보2’는 파이X-174의 유전자 11개와 근연 바이러스 약 1만5000종의 유전 정보를 학습한 뒤 수천 개의 새 게놈 설계도를 만들었다. 이 가운데 285개를 골라 DNA 염기 서열을 합성한 결과, 처음에는 16개가 대장균에서 생존했다. 이후 이들 게놈을 혼합해 만든 파지는 기존 바이러스에 내성을 보이던 대장균 두 종류도 감염시켰다.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의 복제 효소를 이용해 증식한 뒤 세포막을 파괴해 숙주를 죽인다. 1917년 펠릭스 데렐이 발견한 뒤 1920~1930년대 이질과 패혈증 같은 세균성 질환 치료에 활용됐지만, 1940년대 페니실린 보급 이후 사용이 줄었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등 약이 듣지 않는 세균이 확산하면서 파지 치료법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성과는 AI가 염기 서열을 예측하는 단계를 넘어 작동 가능한 바이러스 게놈 전체를 새로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같은 기술로 전염성이나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를 만들 가능성도 제기됐다. 연구진은 학습 자료에서 인간과 동식물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정보를 제외했으며, 향후 게놈 설계 전 과정에 전문가 감독과 강력한 안전장치, 안전·보안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은 이미 구현됐지만 이를 관리할 체계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