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설계 유전체로 대장균 감염 바이러스 16종 합성
핵심 요약
인공지능이 설계한 유전체를 합성해 대장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16종이 만들어졌다. 이 기술은 파지 치료와 생명공학에 활용될 가능성을 보였지만 새로운 병원균 제작 위험도 드러냈다. 유전체 모델의 개발과 접근, 합성 검증, 실험실 안전을 아우르는 관리 체계가 과제로 떠올랐다.
브라이헌 하이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아크연구소 주도 연구진이 인공지능으로 설계한 유전정보를 합성해 자연에 없던 바이러스 16종을 만들었다. 이 바이러스들은 실제로 대장균을 감염시키고 증식했으며, 일부는 자연계의 비교 대상보다 증식 속도가 빨랐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사전 공개를 거쳐 지난 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정식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에는 스탠퍼드대·아크연구소·엔비디아 등이 공동 개발한 유전체 언어모델 이보1과 이보2가 쓰였다. DNA와 RNA, 단백질의 염기서열을 학습하는 이 모델은 동물·식물·미생물·바이러스 수백만 종에서 확보한 약 9조개의 유전자 데이터를 익혔다. 연구진은 대장균을 숙주로 삼는 박테리오파지 파이엑스174의 유전자 11개와 가까운 유전자 1만5000여개를 추가 학습 자료로 활용했다.
인공지능이 수천개의 염기서열을 생성하자 연구진은 작동 가능성이 큰 300여개를 추려 화학적으로 합성했다. 이를 숙주 박테리아에 넣어 증식 여부를 확인한 결과 16개가 살아남아 대장균을 감염시켰다. 연구진은 특정 세균의 내성을 넘도록 유전자를 신속히 조정하는 기술이 박테리오파지로 유해 세균을 제거하는 파지 치료법과 생명공학 도구의 확장에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치료용 바이러스 설계 가능성은 병원성을 높인 유전체가 만들어질 위험과 맞물린다. 연구진은 학습 단계에서 사람과 동물, 식물, 균류를 감염시킬 우려가 있는 바이러스 정보를 제외했지만, 존재한 적 없는 바이러스의 위해성을 미리 판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남았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고위험 생명과학 연구 금지 정책에도 컴퓨터 기반 연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위협이 과장됐다는 견해도 내놓았으나, 모델 접근부터 연구 심사, 유전체 합성 검증, 실험실 안전까지 잇는 다층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데 무게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