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설계 유전체 16종, 대장균 감염 확인
핵심 요약
AI가 설계한 완전한 박테리오파지 유전체 16종이 대장균 감염과 증식에 성공했다. 일부 AI 바이러스는 자연 바이러스보다 높은 증식 경쟁력과 내성균 억제 능력을 보였다. 파지 치료 활용 가능성과 함께 완전한 유전체 설계에 대한 생물안전 관리 필요성이 커졌다.
인공지능이 단백질이나 개별 유전자를 넘어 실제 증식이 가능한 바이러스의 전체 유전체를 설계했다. 새뮤얼 킹과 브라이언 히가 이끈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AI 유전체 언어모델 에보1과 에보2로 만든 후보 가운데 16종이 대장균 C균주를 감염시키고 세포 안에서 증식하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박테리오파지를 대상으로 완전한 유전체의 생성형 설계가 작동한 첫 사례다.
에보는 200만개가 넘는 박테리오파지 유전체를 포함한 DNA 자료를 먼저 학습했고, 연구진은 약 1만5000개의 바이러스 유전체를 추가했다. 약 5400개 염기로 이뤄진 파이X174를 기본 틀로 삼아 약 70만개 후보를 만든 뒤 302개를 골랐으며, 합성이 가능했던 285개를 실제 DNA 분자로 제작했다. 에보1 후보는 227개 중 12개, 에보2 후보는 58개 중 4개가 증식에 성공했다. 이들의 자연 바이러스 대비 전체 유전체 유사도는 93.2~98.8%였다.
‘Evo-Φ’로 이름 붙인 AI 바이러스 일부는 자연 바이러스에 견줄 만한 감염 능력을 나타냈다. Evo-Φ69는 감염 6시간 뒤 개체수가 약 10~41배 늘어 파이X174와 다수의 다른 AI 바이러스보다 높은 증식 경쟁력을 보였다. 파이X174 내성 대장균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자연 바이러스 조합이 다섯 차례 반복 감염에도 억제에 실패했지만, AI 바이러스 16종과 파이X174를 섞은 조합은 두 내성균을 각각 한 차례와 두 차례 반복 뒤 감염했고 최소 다섯 차례까지 억제 효과를 유지했다.
이번 결과는 다양한 박테리오파지를 빠르게 설계해 항생제 내성균을 겨냥하는 파지 치료에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연구 범위는 비병원성 대장균만 감염시키는 작은 바이러스로 제한됐고, 학습 자료에서도 사람과 동물·식물·곰팡이를 감염시키는 관련 바이러스가 제외됐다. 더 긴 DNA를 다루는 AI와 합성 기술이 발전하면 설계 대상이 복잡한 바이러스와 다유전자 생물학적 시스템으로 넓어질 수 있어, 연구 전 과정에 안전·보안 전문가가 참여하는 생물안전 및 생물보안 관리가 필요하다는 과제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