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호황, 한국의 일자리 지형을 바꾸다
핵심 요약
AI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의 소득과 사회적 선호가 높아졌다. 동탄의 주택 가격과 백화점 매출이 뛰고 반도체학과 합격선도 상승했다. 부의 편중과 증시 과열, 문화산업 일자리 감소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이 세계 고대역폭메모리의 약 80%를 생산하며 AI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반도체 직원들이 새로운 고소득 직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화성·기흥사업장과 SK하이닉스 사업장 배후 지역인 경기 동탄에서는 성과급 기대가 주택 가격과 소비를 끌어올리고, 결혼시장과 대학 입시의 직업 선호까지 바꾸는 흐름이 나타났다.
동탄에서 8년째 일한 공인중개사 윤 모씨는 최근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22억원이 넘는 가격에 중개했다. 일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의 올해 성과급이 40만달러, 약 5억8000만원을 웃돌 수 있다는 소식 이후 동탄역 인근 아파트 호가는 수주 만에 수억원씩 올랐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5%, 명품 매출은 40% 증가했으며 삼성전자 임직원 전용 카드 신청도 매달 약 100건씩 늘었다. 우수고객 평균 연령은 40대 중반으로 낮아졌다.
반도체 호황은 사회적 직업 선호에도 영향을 미쳤다. 결혼정보업계에서는 과거 의사와 변호사를 선호하던 여성 고객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엔지니어와의 만남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작업복을 입은 사람을 ‘하이닉스 경’으로 부르는 표현도 방송 코미디와 중고거래 게시물로 퍼졌다. 올해 입시에서는 두 기업이 지원하는 5개 반도체학과의 합격선이 서울대 자연계열보다 높았다. 반도체 교육과정 참여자 정 모씨는 성과급을 이유로 SK하이닉스를 선호하면서도 호황이 꺾일 가능성을 경계했다.
호황의 혜택이 반도체업계 밖 98% 이상의 근로자에게 충분히 확산하지 못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기술 발전과 증시 상승, AI 이익이 고소득층에 편중됐다고 경고했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늘어난 세수를 청년과 미래 전략산업에 투입하는 ‘국민배당’을 제안했다. 문화산업에서는 가상 아이돌과 AI 뮤직비디오, 디지털 인플루언서가 개발되고 생성형 AI가 영화 제작에 활용되고 있다. AI 영화 제작자 오 모씨는 구독료로 월 200만원가량을 쓰고 프로젝트당 수천만원을 벌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창작 도구의 확장 가능성과 함께 일자리 감소와 영화 미학의 근본적 변화를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