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노동시장, 기술보다 신뢰·판단에 값 매긴다
핵심 요약
AI 확산으로 개인 소득의 기준이 능력의 총량보다 기술과 자산의 복제 가능성에 좌우되고 있다. 자동화에 취약한 프리랜서 일감은 감소한 반면 소규모 인플루언서의 신뢰는 높은 투자수익률과 판매 수수료를 만들었다. 개인과 조직은 반복 업무를 AI에 맡기더라도 관계와 신뢰, 최종 판단의 책임을 지켜야 한다.

AI 확산으로 개인의 소득을 가르는 기준이 보유 능력의 총량에서 복제 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 청두에서 빅테크를 떠난 20대 AI 엔지니어는 외주 개발과 배달 일을 병행하며 약국에서 일하는 아내와 월 1000달러가량을 번다. 반면 미국 플로리다의 30세 호텔업계 직장인은 팔로워 3만3000명의 집 꾸미기 계정으로 지난해 14만 달러를 벌었다. 표준화된 기술은 AI와 가격 경쟁을 벌이지만, 구매 행동으로 이어지는 신뢰에는 높은 보상이 붙은 사례다.
글로벌 프리랜스 플랫폼 구인 공고 140만 건을 추적한 연구에서는 챗GPT 출시 후 8개월 동안 글쓰기·코딩 등 자동화 취약 직군의 의뢰가 수작업 중심 직군보다 21% 감소했다. 이미지 생성 AI 등장 뒤 이미지 제작 의뢰도 17% 줄었다. 다만 남은 일감은 난도가 높고 보수도 컸다. 국내 인적용역 소득자는 2008년 326만 명에서 2022년 847만 명으로 늘었고, 2024년 플랫폼 종사자는 88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11.1% 증가했다. 배달·운전 종사자는 5.5% 줄었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등 IT 서비스 종사자는 141.2% 급증했다.
복제하기 어려운 신뢰에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은 2015년 17억 달러에서 2025년 약 330억 달러로 확대됐다. 소비자 직판 기업의 판매 약 190만 건을 분석한 연구에서 대형 계정은 소규모 계정보다 매출이 6배 많았지만 비용은 18배에 달했다. 투자수익률은 작은 계정이 3배 이상 높았으며 참여도가 차이를 갈랐다. 플로리다 직장인의 수입도 브랜드 광고비 2만9000달러보다 판매 연동 제휴 수수료 9만1000달러가 훨씬 컸다.
AI가 공급하는 것은 언제든 같은 결과를 반복하고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균질한 작업이다. 이에 따라 표준화된 기술과 시간의 가격은 낮아지는 반면, 축적된 고객 관계와 신뢰, 상황에 맞는 결론을 가려내는 판단에는 희소성이 남는다. 다만 소셜미디어에서 쌓은 신뢰는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정책 변화에 흔들릴 수 있다. 조직이 AI의 결론과 코드를 검증하지 않은 채 사용하면 결정 근거를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가 뒤늦게 드러날 수 있어, 반복 업무는 맡기되 최종 판단의 책임은 사람이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