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상 음란물 확산에 처벌 공백 논란
핵심 요약
AI로 만든 가상 인물 음란물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고 있지만 성폭력처벌법 적용에는 공백이 있다. 국회에는 실제 인물로 인식될 수 있는 가상 표현물의 제작·유통·시청을 처벌하는 개정안이 상정됐다. 성차별적 피해를 고려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만든 여성의 선정적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대규모로 유통되고 있지만, 등장인물이 실존하지 않으면 현행 성폭력처벌법으로 다루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팔로워 10만명인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는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동양인 여성이 다이렉트 메시지를 요청하는 영상에 외모를 평가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팔로워 47만명인 다른 계정에는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한 여성 영상 150개가 게시됐고, 영상마다 수십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의 딥페이크 음란물 조항은 처벌 대상을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이용한 경우로 한정한다.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 완전한 가상 인물을 제작한 음란물은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다. 지난해 8월 법원도 텔레그램 대화방에 AI 합성 여성 나체 사진을 공유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 속 여성이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상 인물 음란물에는 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할 수 있지만 법정형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딥페이크 반포죄의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낮다.
아동·청소년으로 표현된 가상 음란물은 청소년성보호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외관상 성인으로 판단되면 처벌망을 벗어날 가능성도 드러났다. 지난 6월 미성년 걸그룹 멤버의 딥페이크 성착취물 유포 사건 재판에서는 피해 대상이 겉모습만으로 성인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청소년성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 발의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은 실제 인물로 인식될 수 있는 가상 인물이나 표현물을 제작·반포·시청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 상정됐다.
규제 방향을 두고는 견해가 엇갈린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항변이 가해자들의 법적 회피 전략으로 활용된다며, 가상 인물도 실제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학습하고 조합해 만들어지는 만큼 성차별적 피해의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윤희 법무법인 이채 변호사는 완전한 가상 인물 표현물을 일률적으로 처벌하면 표현의 자유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성별 혐오와 폭력, 차별적 정서를 강화하는 편집물에 구체적인 규제 요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성폭력처벌법에 가상 인물까지 포함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필요하면 정보통신망법을 강화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