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동화 확산에 흔들리는 필리핀 BPO 고용
핵심 요약
AI 자동화 확산으로 필리핀 BPO 노동자들의 직무 이동과 해고가 현실화하고 있다. 필리핀 노동자 1270만명이 생성형 AI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필리핀 정부는 BPO 노동자 30만명 이상을 재교육하고 자국 AI 산업과 고숙련 일자리를 키울 계획이다.
인공지능 자동화가 필리핀의 핵심 산업인 업무처리아웃소싱(BPO) 현장의 고용을 흔들고 있다. 단순 상담과 콘텐츠 작성처럼 일정한 방식이 반복되는 업무가 AI로 대체되면서 일부 직원은 다른 직무로 이동하거나 일자리를 잃고 있다. 상담·회계·소프트웨어 개발·콘텐츠 작성 등을 외부에서 수행하는 필리핀 BPO 산업에는 약 190만명이 종사한다. 연간 매출은 400억달러, 약 57조원으로 필리핀 경제의 약 10%를 차지한다.
필리핀 IT·비즈니스처리협회 회원사 가운데 3분의 2 이상은 이미 AI 시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잭 마드리드 협회 회장은 사람의 지시 없이 판단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가 자동화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며, 자동화가 가능하거나 이미 대체된 일자리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콘텐츠 작성자로 15년간 일한 리사는 새 회사에 입사한 지 8개월 만이자 정규직 전환을 한 달 앞두고 해고됐다. 회사는 해고 전 직원들에게 AI가 만든 글을 수정하게 했다.
리사는 직원들의 글쓰기 능력이 회사 문체를 AI에 학습시키는 데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 무덤을 내가 판 기분”이라며 자신들을 대신한 AI를 직원들이 직접 훈련했다고 말했다. 해외 고객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필리핀 업체에 AI 도입을 강하게 요구한다는 현장 의견도 있다. 기업이 수요 감소나 경기 둔화로 인력을 줄이면서 이를 AI 전환으로 설명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폴 퀸토스 필리핀 딜리만대학교 교수는 구조조정의 원인을 AI로 돌리면 시장 상황에 따른 감원이 기술 발전처럼 비칠 수 있다고 짚었다.
국제노동기구는 필리핀 노동자 4명 중 1명이 넘는 1270만명이 생성형 AI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필리핀 정부는 BPO 노동자 30만명 이상에게 새 직무에 필요한 기술을 교육하고, 단순 업무 중심의 산업 구조를 벗어나 자국 AI 기업과 고숙련 일자리를 육성할 계획이다. 레안드로 아기레 정보통신기술부 관계자는 필리핀이 다소 뒤처져 있다고 진단하며 국민이 일자리를 지키면서 성장하도록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AI의 혜택이 고용주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돌아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